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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02.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5>-위기지학爲己之學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자왈 고지학자위기 금지학자위인


-공자가 말했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를 위해서 했지만, 지금의 학자들은 남을 위해서 한다."



이 구절에서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위기지학은 자신의 수양과 득도 차원에서 하는 학문이요, 위인지학은 자기를 드러내 타인들로부터 인정 받고자 하는 차원의 학문을 말합니다. 


위기지학을 했던 옛 학자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군자와 같았다면, 위인지학을 하는 지금의 학자들은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 유명세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소인배와 다름 없다는 인식입니다.


학자를 꼭 '배우는 자'라는 뜻에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직업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본래적 의미의 학자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공자 당시에도 일반 백성들이 학문을 닦는데 전념하기란 만만치 않았을 테니까요. 


우리의 학문은 여전히 세계의 주변부에 머무른 채 외부의 것을 해석하고 해설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학문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우리 대학들의 한계 때문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현상이지요.   


노자처럼 속세의 삶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우주라는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여 도道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덕德으로 구체화하여 인간에게 던져 주거나, 칸트처럼 사유에 사유를 거듭하느라 5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첫 책 <<순수이성비판>>을 출간할 정도는 되지 못하더라도, 동시대의 세계인들에게 지적 충격을 선사하는 책을 집필하고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위대한 학자들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학자들이 위기지학에 전념하거나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대학이 조성해 줘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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