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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13.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8>-명命


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子服景伯以告曰 夫子固有惑志於公伯寮 吾力猶能肆諸市朝 子曰 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 公伯寮其如命何

공백료소자로어계손 자복경백이고왈 부자고유혹지어공백료 오력유능사저시조 자왈 도지장행야여 명야 도지장폐야여 명야 공백료기여명하 


-공백료가 계손에게 자로를 참소하자 자복경백이 고하였다. "그 분이 분명 공백료에게 마음이 미혹되어 있으나, 저의 힘이면 오히려 시조에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명이고, 도가 장차 폐해지는 것도 명이오. 공백료가 명을 어찌하겠소?"   


삼환의 하나인 계씨 가문에는 염유, 자로, 자고 등 여러 제자들이 가신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공백료도 그 중의 하나로 자로보다는 연하입니다. 제자들이 계씨 집안의 집사가 된 배경에는 삼환 세력을 견제하려는 공자의 구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염유는 출세에 눈이 멀어 완전히 속물적인 존재가 되고 말지요. 공백료 역시 염유와 같은 길을 따른 셈입니다. 


노나라의 대부인 자복경백은 자신이 가진 힘이라면 괘씸한 공백료를 죽여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게 시정과 조정에 내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도 공자의 구상에 동참했던 인물이었겠지요. 


하지만 공자는 명命을 근거로 그의 뜻을 막아섭니다. 공자가 말한 명이란 천명일 것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설사 자신들의 구상이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하늘의 뜻일 뿐, 공백료 같은 하찮은 배신자의 처단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헌문> 편 36장에서 '원한은 직으로 갚는 것(이직보원以直報怨)'이라는 공자의 인식을 만난 바 있습니다. 공백료의 배신은 원한에도 들 수 없는 작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을 직이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아마도 둘 다 아닐 것입니다. 삼환을 무력화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늘의 뜻이 자신에게 있지 않았음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명을 말할 때의 공자의 헛헛함이 느껴집니다. 


무도한 정권을 선택한 것도 하늘의 뜻일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들에게 나라의 주인으로서 지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면 얼마나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다시는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지 말라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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