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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15.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41>-지기불가이위지知其不可而爲之

子路宿於石門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자로숙어석문 신문왈해자 자로왈자공씨 왈시지기불가이위지자여


-자로가 석문에서 묵게 되었을 때 성문지기가 말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자로가 말했다. "공씨 문하에서 왔소." 성문지기가 말했다. "그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 말입니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석문'은 지방 이름이고, '신문'은 새벽에 성문 여는 일을 하는 문지기입니다. 자로가 공자의 제자임을 안 문지기는 공자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고 비유합니다. 그는 세상 물정과 공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무도한 세상에서 이상 사회 건설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공자를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공자는 정치 현장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지만 그는 역사 속에서 불멸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당대를 주름 잡던 세도가들은 후대인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지 못했지요. 일제가 강점한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 투사들과 민주주의의 쟁취를 위해 독재자들에게 저항했던 민주 투사들은 시대라는 거대한 바위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 사람들입니다. 시대의 불의와 타협하여 안락을 얻은 자들은 그들을 비웃었겠지요. 안 될 일에 목숨을 건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 덕에 조국은 광복을 맞이했고 이 땅에는 민주주의의 꽃이 피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대의를 위해 투신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를 일깨우는 우리 역사의 산 증거입니다. 그들은 후손들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입니다. 


오늘날의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성취 특히 돈이라는 결과물을 획득한 사람들을 향해 대중은 찬사를 보냅니다. 기꺼이 추종자가 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의 모멸과 배신, 삼지어 가족으로부터의 냉대를 경험하기 십상이지요.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 없습니다. 인생에 실패란 없기 때문입니다. 생생히 살아 있는 풀과 나무를 향해 우리는 실패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한, 목표를 향한 정진을 중단하지 않고 자강불식하는 한 한 인간이 인생에서 실패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이 규정하는 숫자와 호칭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부침과 고난에 무너지기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는 끝내 자신의 인생을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사람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사주적으로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순탄한 삶을 사는 명이 아니라 반대로 병이 있으나 약을 얻는 명을 높이 평가합니다. 달리 말하면 온갖 시련을 겪으나 끝내 이겨내는 명입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한 인간의 정신력은 단단해집니다. 자신과 세상을 관조함이 실로 드높은 수준에 이릅니다. 타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감성과 세상을 통찰하여 두루 살피는 지혜를 갖추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소위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고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듯이 함부로 말과 글로 떠들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과 사람들이 그리 허술하고 만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지의 지'를 가져야 합니다. 인생은 깁니다. 오만함이 독이 되면 나이 들어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인간은 인생 후반부에 결정되는 존재입니다. 


문지기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안 되도 될 때까지 하는 사람'입니다. 긴 인생의 오늘 하루도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충실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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