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Apr 16.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42>-말지난의末之難矣

子擊磬於衛 有荷蕢而過孔氏之門者曰 有心哉 擊磬乎 旣而曰 鄙哉 硜硜乎 莫己知也 斯己而矣 深則厲 淺則揭 子曰 果哉 末之難矣

자격경어위 유하궤이과공씨지문자왈 유심재 격경호 기이왈 비재 갱갱호 막기지야 사이이이의 심즉려 천즉게 자왈 과재 말지난의 


-공자가 위나라에서 경쇠를 치고 있었다. 삼태기를 메고 공자가 있는 집을 지나가던 사람이 말했다. "마음이 담겨 있구나, 경쇠 소리에." 잠시 후 말했다. "비루하도다, 깽깽거리는 것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두면 그뿐. 물이 깊으면 옷을 벗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바지를 걷어올리고 건너면 되거늘." 공자가 말했다. "끝을 내라고? 끝까지 가는 것이 어려운 법이오."



공자가 옥이나 돌을 소재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나 봅니다. 과객이 그 소리를 듣고는 연주자가 누군지 물어보았겠지요. 주인공이 공자임을 안 그는 연주 소리에 감정이 짙게 배어 있던 연유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노래방에만 가도 우리는 타인이 선곡하여 부르는 노래에 담긴 정서를 알아채는 법이지요. 


나그네의 말은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갱갱硜硜'은 악기에서 나는 소리로 의성어입니다. 우리말로는 '깽깽거리다'가 잘 어울리지요. '뭐 그리 애닯다고 악기로 앓는 소리를 그렇게 내냐? 비루하다 비루해', 이런 뉘앙스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서 세상이 몰라준다고 궁상맞게 음악으로 시름이나 달래고 있지 말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그냥 살라고 말이지요. <<시경>>에서 인용한 '심즉려 천즉게'에 과객 또한 한 때는 문자깨나 썼던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 부질없더이다. 그냥 사는 대로 사소', 이런 심정을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공자의 말에 대해서 선인들이 여러 해석을 해놨지만 별로 공감되지 않습니다. 과果는 열매요, 결과結果는 열매를 맺는 것, 결말을 내는 것입니다. 미과未果는 아직 끝을 맺지 못한 상태이지요. 그러니 '과재果哉'는 '나도 은자 당신처럼 여기서 끝내고 그만두라고요?' 정도의 뜻이 됩니다. 


'말지난의末之難矣' 역시 순서대로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됩니다. 공자는 '당신처럼 다 버린 채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소? 그러나 끝까지(末) 가기가(之) 어려운 것()이겠지요()'라고 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장에서 성문지기는 공자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지기불가이위지자知其不可而爲之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왜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조차 공자를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인지, 공자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드러납니다. 


공자의 삶에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안 될 일이라고 체념한 채 은거하기를 선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대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던 공자의 위대함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인생의 문제 앞에서 도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당히 맞서며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리고 나라의 문제, 세상의 문제와 맞서 싸우는 훌륭한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키워 가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41>-지기불가이위지知其不可而爲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