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랑

by 오종호

그대처럼 하얀 사람을

오늘에야 만나다니요.


그대처럼 아득한 사람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다니요.


조금 전의 키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의 이층 창가에 앉아

와인 잔에 부딪히는 시린 별빛과

공중으로 튕겨 부서진 별빛들을 끌어안은

그대의 미더운 눈동자에 취해 갑니다.


검은 밤이 온통 새하얗게

물들어 갑니다.


그대가 아니라면

어제처럼 무심히 지나쳐 갔을

오늘, 하얀 이 밤이

끝도 없이 기약도 없이

가슴 속으로 내립니다.

그대처럼 하얀 시간이

아득하게 깊어 갑니다.


이른 새 한 마리가 둥지에서 뛰어내려

바쁜 새벽을 후두둑 가로지르기 전까지

나는 미동도, 후회도 없이

당신이 선사한, 하얀 사랑과 취해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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