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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30.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39>-불상위모不相爲謀


子曰 道不同 不相爲謀

자왈 도부동 불상위모


-공자가 말했다. "도가 같지 않으면 함께 도모하지 말라."



현대적으로 이 구절의 도(道)는 삶의 '이상, 목적, 가치관' 등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란 말 그대로 '추구하는 길,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좇는 자들과는 함께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자들은 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데 익숙하고, 양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하지 않는 자들도 멀리해야 합니다. 자기 경험을 판단의 유일한 척도로 삼는 자들의 영혼은 성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큰 그릇이 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끝으로 성찰하지 않는 자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선민의식이 강할수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데 인색하지요. 오직 자기애만을 품고 사는 유치한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철학은 운인사(運人事)입니다.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선후천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전쟁과 가뭄 등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으로 사람입니다. 우리 인생에는 어떤 식으로든 사람의 도움이 작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좋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보은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살면서 넉넉한 상황이 되었을 때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지천명하여 하늘에 순응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일이어야 합니다. 


운(運)도 인(人)도 사(事)도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불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고, 아픔을 주었던 사람이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하며, 하찮게 생각했던 일이 큰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과거조차 이 순간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첫째, 자신을 믿고 촌음을 아껴 실력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 매일 할 수 있는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될 것입니다. 실력 없고 불성실한 사람에게 붙는 사람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을 먼저 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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