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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31.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40>-사달이이의辭達而已矣

子曰 辭達而已矣

자왈 사달이이의


-공자가 말했다. "말은 전달되는 것으로 족하다."



말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소통'에 있다는 것입니다. 논리정연하고 단순명료한 말이야말로 이해하기 쉽지요. 그러러면 내용에 꾸밈이 없어야 합니다. 정직이 최고의 소통인 것이지요. 


하지만 정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의 말이 항상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마음을 전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진심이 오롯이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음을 전하는 말이라고 해서 항상 들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말이란 '한 사람이 확보한 지혜의 수준을 드러내는 언어'로 기능할 때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문가의 지식 전달이나 강자의 권력 과시에 동원되는 말, 무리 지어 흥겹게 어울리는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것에 가슴에 담길 만한 지혜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이들수록 우리가 지혜를 길러야 하는 이유이지요. 


말은 동시에 '한 사회가 도달한 양심의 수준을 드러내는 언어'로도 기능합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처리수로, 욱일기가 햇살무늬 자위함기로 위장되는 이 시대의 말이란 우리 공동체를 오염시켜 온 권력 카르텔 집단의 비양심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지요. 아울러 권력자가 즐겨 사용하는 자유, 인권 존중, 약자 보호, 세계 평화와 같은 용어들을 통해 인간의 말이 의식과 얼마나 괴리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이 담겨 있는 인간의 영혼에 진정한 말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것을 관조하고도 성찰하지 않을 때 인간은 타락하고 그의 말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일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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