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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2.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8>-육언육폐六言六蔽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 對曰 未也 居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好信不好學 其蔽也賊 好直不好學 其蔽也絞 好勇不好學 其蔽也亂 好剛不好學 其蔽也狂

자왈 유야 여문육언육폐의호 대왈 미야 거 오어녀 호인불호학 기폐야우 호지불호학 기폐야탕 호신불호학 기폐야적 호직불호학 기폐야교 호용불호학 기폐야란 호강불호학 기폐야광


-공자가 말했다. "유야, 육언육폐에 대해 들어 보았느냐?" 자로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앉거라, 말해 주마. 인을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어리석게 되는 것이다. 지혜를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방탕하게 되는 것이다. 신의를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도적의 의리가 되는 것이다. 정직을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냉혹하게 되는 것이다. 용기를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난폭하게 되는 것이다. 강직함을 좋아해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거칠게 되는 것이다."       



공자가 배움에 열정이 부족한 자로에게 눈높이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지신직용강'을 좋아한다고 해도 공부하지 않으면 다 부질없다는 것이지요. 알아야 인식 능력이 생기고, 인식 능력을 갖추어야 바른 선택을 내리며, 바른 선택이 이어져야 일시적 성과도 인생 전체의 보람도 있게 됩니다. 


어질어도 공부하지 않으면 멍청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니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지혜롭다는 소리는 듣고 싶은데 책과 현자들에게 배울 생각이 없으면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술자리 귀동냥이나 얻는데 만족합니다. 결국은 주객이 전도되어 먹고 마시고 노는 게 주가 되고 말지요. 


깡패, 조폭들도 의리를 내세웁니다. 무식한 자들의 신의란 그 수준에 불과할 따름이지요. 


배우지 않으면 자신의 천성과 경험의 조합으로 형성된 도그마를 절대시합니다. 상대의 처지와 입장에서 사태를 조망하지 못하고 교조적 해석과 판단에 그치고 말지요. 그 잣대가 정직일 경우, 장 발장을 악으로 규정하고 평생 냉혹하게 구는 자베르 경감 같은 하찮은 원칙주의자가 될 뿐입니다. 


생각이 짧은 용기는 만용일 뿐입니다. 물러서서 관망할 때조차 나서서 어지럽게 좌충우돌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험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이지요.


강직한 것은 좋지만 성질대로만 굴면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말과 행동이 거칠고 사납게 됩니다.  


용(勇)의 자로라고 할 만큼 용맹과 기개가 남다르고 신의를 중시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자로에게 공자가 공부에 더 신경 쓸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스승 앞에 마주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자로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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