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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1.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7>-계이불식繫而不食

佛肹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由也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肹以中牟畔 子之往也 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堅乎 磨而不磷 不曰白乎 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필힐소 자욕왕 자로왈 석자유야문저부자왈 친어기신위불선자 군자불입야 필힐이중모반 자지왕야 여지하

자왈 연 유시언야 불왈견호 마이불린 불왈백호 열이불치 오기포과야재 언능계이불식


-필힐의 초청에 공자가 가려 하자 자로가 말했다. "예전에 저는 스승님께서 "스스로 불선을 행하는 자에게 군자는 가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필힐은 중모 땅에서 반역을 일으켰는데 스승님께서 그에게 가신다니 어찌 하시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래.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단단하다고 하지 않겠느냐,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다면? 희다고 하지 않겠느냐,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박이겠느냐, 어찌 매달리기만 잘하고 먹지도 못하는 박이란 말이냐?"    



공산불요에 이어 이번에는 진나라의 필힐이 공자를 부릅니다. 공산불요와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주군을 배신한 가신이었습니다.


의리의 자로가 이번에도 공자의 선택에 의아해합니다. 그리하여 공자의 옛 가르침을 상기시키며 공자를 만류하려 합니다. 


공자의 논리는 동일합니다. 누구든 자신을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을 이상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동자에게는 있었지요. 


그래서 공자는 자신을 갈아도 갈리지 않는 단단한 돌과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 흰색으로 비유합니다. 자신을 등용하는 사람이 설사 불선한 자라 할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자신은 결코 그들을 위해 일하거나 그들과 같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자신은 박이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박이 무리 지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은 보기에 아름답지요. 하나 따서 갖고 싶을 만큼 탐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쓴 맛의 박은 먹거리로는 무용하지요. 사람들로부터 훌륭하다고 찬사는 받을지언정 어느 임금도 인재로 채용하지 않아 세상에 쓰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박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내야 하겠느냐, 누구라도 나를 쓰겠다면 그를 발판 삼아 내 뜻을 펼쳐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공자의 말이 궁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산불요나 필힐의 초빙 건에 대한 대화가 둘 다 공자와 자로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공자에게 자로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제자였습니다. 잠시나마 평범한 인간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마음 편한 존재였지요. 


공자와 자로의 관계에 대한 해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십시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988


결론적으로 공자는 공산불요에게도 필힐에게도 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말이 구차하다는 것을 공자가 모르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오늘날이라면 자로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지 않았을까요? "선생님, 막걸리 한 잔 하러 가시지요. 제가 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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