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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3.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9>-막학부시莫學夫詩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羣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자왈 소자하막학부시 시 가이흥 가이관 가이군 가이원 이지사부 원지사군 다식어조수초목지명


-공자가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감정을 일으키고, 통찰하게 하며, 어울리게 하고, 비판하게 한다.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게 하며,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해준다."



이 구절의 시는 <<시경(詩經)>>을 말하지만 그냥 시 일반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공자는 시를 읽지 않는 제자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시의 효용을 조목조목 짚어 줍니다.


흥(興)은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감정을 깨워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시에 담긴 시인의 정서와 교감하는 순간 발생하는 영혼의 화학적 작용이지요.


관(觀)은 보는 것이지만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시에 대한 공부를 통해 새롭게 획득한 시선과 관점으로 세상과 인간, 사건과 사물의 이면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입니다. 통찰하는 것입니다.


군(羣)은 무리 지어 모이는 것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입니다. 시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에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선함이 살아 있겠지요.


원(怨)은 원망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사회 풍자나 비판의 개념으로 읽어야 마땅합니다. 참여시 장르에 담긴 정신이지요.


공자는 시를 통해 효와 충의 도리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시에는 인도(人道)가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사물들의 이름에 박식해진다고 하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보기 보다는 사물들과 교감하게 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시 안에서 세상 모든 대상은 언제든 의인화되어 시적 화자와 소통 가능하지요. 시를 읽고 시를 쓰는 사람의 영혼이 부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세상의 것들을 향해 움직였던 공자 마음의 근원에 시를 통해 길러진 예민한 감수성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국어가 재미없었다며 우리말을 뭣하러 또 배우냐는 인식을 가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의 내면에 시적 정서가 있을리 만무하지요. 그러니 사고의 깊이가 얕고 언변의 수준도 처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래곤 워리어' 쿵푸팬더를 제치고 우주 최고의 영예인 '프리덤 워리어' 지위에 등극하신 민족의 영도자를 생각하며 오랜만에 다시 읽어 봅니다. 용의 전사나 자유의 전사보다는 역시 영어 명칭이 멋이 있네요.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푸른 하늘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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