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지금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한나는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인간이 사랑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사랑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간의 사랑을 슬픈 것으로 만든다.
한나를 떠남으로써 한나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나의 결심은 확고한 것이었다. 나는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증오로 바뀔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는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떠나 보냈다. 울면서, 나는 그녀에게 썼다. 한나에 대한 미련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마침내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
우리의 만남도 신이 설계한 길 위에 있었고 우리의 헤어짐도 그 길 안에 있었다. 한나를 보내지 않고 한나를 영원히 사랑할 방법은 그때 없었다. 한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나는 한나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네.”
“신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아침 식사를 함께으면 하시는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준비해 주십시오. 약 한 시간 후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빨간 드레스의 여자는 이전과 달리 사무적인 목소리로 건조하게 말했다.
마침내 나는 나의 신이라는 존재와의 대면을 앞두고 있었다. 간밤의 선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이었으나, 나는 그 꿈을 꾸고자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신에게 들어야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똑똑.’
“네.”
“준비되셨으면 나와 주십시오.”
문을 열고 나가자 버틀러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가실까요?”
여자는 앞장서서 걸었다. 등 뒤에서 문이 사라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도착하자 여자가 말했다.
“앞쪽으로 걸어가시면 계실 겁니다.”
엘리베이터 문 밖에는 멀리 단 하나의 등불만 보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목례하여 여자와 헤어지고 등불을 향해 걸었다.
“여기야 여기.”
등불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다. 등불은 벽에 걸린 작은 램프였다.
등불을 지나치자 책이 빼곡한 책꽂이로 둘러싸인 넓은 서재가 나타났다. 신은 그곳에 있었다.
“거기 의자에 앉게. 버틀러가 맛있는 걸 많이 준비했더군. 자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한 잔 할 텐가?”
“좋습니다.”
신이 유리잔 두 개에 술을 따라 들고 와 나와 자신의 자리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말쑥한 검정색 수트 차림의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였다. 아니, 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놀랐나?”
“그 모습이 당신의 본 모습입니까?”
나는 나의 얼굴을 하고 있는 신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그럼. 물론일세. 내 모습과 똑같이 나오도록 자네는 내가 조합을 특별히 신경 썼지. 자, 한 잔 들지.”
우리는 서로 닿지 않는 거리에서 각자의 잔을 들어 건배했다.
“지구의 술 맛과 다를 바 없군요.”
“그럴 수밖에. 인간들의 영감이 어디에서 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