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지구와 인간을 만들었습니까?”
“바로 무거운 질문으로 들어오는군. 일단 용어를 좀 정리하세. 신이라는 단어는 영 어색해서 말이야. 우리는 우리를 설계자로 부른다네. 설계자로 하세. 그리고 시간은 충분하니 좀 들면서 하지. 얘기를 하다 보면 허기가 지는 법이니 말일세.”
식탁에는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겉모습은 지구의 것들과 닮았지만 지구에서는 보지 못했던 요리들이었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미트볼처럼 생긴 것을 먹어 보았다.
“맛있군요.”
“그렇지? 자네, 먹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던데 그러면 안 되네.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해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이야. 이번 기회에 잘 먹고 기력 좀 챙기게. 이 설계자 노릇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 없지. 하여간 잘 먹어야 해.”
“설계자는 불멸의 존재 아닌가요?”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아. 불멸의 존재 이런 건 그 어디에도 없어. 우리도 때가 되면 다 소멸되고 말아. 물론 우리가 사는 기간이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길긴 하겠지만.”
“당신들 설계자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지전능한 존재인 것은 맞는 겁니까?”
“전지전능이라.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지구라는 공간도 우리가 만들고 인간도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뭐 더 정확히는 우리가 설계한 기계가 짠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우리는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원히 사는 스타일은 아니라네. 우리 역시 유한한 자들이야.”
나와 같은 얼굴의 신은 자신과 같은 얼굴의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지구 안에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내가 폭포를 통과하는 순간 지구와 멀리 떨어진 우주 어느 곳으로 이동한 것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고차원의 시공인 겁니까?
“그래, 그 점도 궁금할 수 있겠군.”
설계자가 스테이크를 닮은 고기 요리를 썰어 먹으며 말했다. 그는 음식을 먹고 난 다음 반드시 술을 마셨다.
“인간의 인식으로는 우리의 시공을 감각할 수 없네. 설명을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우리는 아주 먼 곳에 있지만 동시에 언제나 지구 안에 있지. 지구에 존재하는 물리적 거리라는 개념은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양자역학과 유사한 것입니까?”
“뭐 대략 그런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말하자면 이 세계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네. 자네가 차고 있는 시계 안일 수도 있고, 지구의 깊은 땅속이나 바닷속일 수도 있지. 서로 다른 시공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고 없앨 수도 있는 거야.”
“지구라는 세계 자체가 의도적으로 구축된 가상 공간이라는 뜻이군요. 이곳 역시 그렇구요.”
“그래, 맞아.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기술일 뿐이지.”
“설계자들은 프로그래머이겠군요.”
“맞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지.”
“당신들도 프로그램의 일부입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하지만 뭐라고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어. 우리 설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니까 말이야. 예전에 위대한 설계자가 우리 상위 존재들의 세상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기록을 남겼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고 증거로 삼을 만한 내용이 없어서 그저 신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
“당신들은 왜 지구와 인간을 창조한 것입니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입니까? 아니면 인간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 것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재미 삼아 한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