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일단 그 질문을 해결하고 가야 하겠지. 모든 것은 경쟁에서 출발했다네. 지구와 인간은 그 경쟁의 산물이지. 자, 한 잔 더 하세. 우리 세계에도 지구의 돈과 같은 것이 있다네. 말했다시피 우리는 마법사가 아니야. 생각만 하면 저절로 먹을 게 생겨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저마다 직업을 갖고 살아가지. 물론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는 있어. 우린 그 정도의 복지 체계는 갖춰 놓았거든. 제 아무리 먹고 사는 일에 걱정이 없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다들 사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어. 새로운 유희 거리가 필요했지. 모든 것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다네. 일단 필요가 규정되면 그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 필요의 해결에는 막대한 보상이 돌아가는 법이니까. 나는 기회를 포착했지. 내가 기획하고 개발한 ‘인간찾기’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네.”
“기존의 것들과는 뭔가 달랐기 때문이겠군요.”
“그렇지. 뭐가 달랐겠나?”
“당신이라면 변화가능성을 심어 놓았을 것입니다.”
“변화가능성이란?”
“당신이 인간에게 흘려 놓은 사주 체계를 생각하면 당신은 51만 8,400 가지의 인간 유형을 구분해 놓았겠지요. 당신 세상 속 존재들의 성향에 어필할 수 있는 특별히 매력적인 유형들과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다른 것들로 나눠 놓고 베팅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마치 인간들의 토토 게임처럼 말이지요. 아마도 머지 않아 공략집 같은 것이 돌아다녔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이 직접 만들어 뿌려 놓았을 수도 있겠지요.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그런데 고객들은 몰랐겠지요. 당신이 창조한 인간이라는 캐릭터에 숨겨진 기묘한 속성을. 인간이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그것 말입니다.”
“사실은 충동에 불과한 것이지.”
“맞습니다. 인간에게 잠재된 그 야릇한 에너지에 당신의 고객들은 열광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없는 것일 테니. 또한 값싼 유형에서도 초대박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겠지요. 당신이 인간 캐릭터들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단순한 방식을 적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어려운 환경에서 별 볼일 없는 재능을 가진 유형에 속해 있었지만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영웅적 성과를 낸 캐릭터에게는 상상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 고객들은 그야말로 인간을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겠지요. 당신은 고객들이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테구요.”
“아주 좋아. 매우 흡족하군. 역시 나의 힌트를 흘려 버리지 않고 탐구한 자네다워.”
“그런데 왜 굳이 인간들에게 명리학을 남겼습니까?”
“그건 나만의 인간을 찾고 싶어서였지. 나의 주목을 끄는 보물 같은 특별한 인간 말이야. 그 학문을 통해 인간의 실체를 깨닫고도 인간으로서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자네 같은 자들. 대다수의 인간은 나를 신이라 부르고 조아리거나 이익을 위해 악용할 뿐이었네. 하지만 소수의 인간들이 있었지. 인간의 실체를 꿰뚫어보고도 좌절하는 대신 다른 인간들을 구원하고자 노력한 자들.”
“석가모니 같은 분 말이군요.”
“그렇지. 물론 자네도 포함되고.”
“저는 아직 제 한 몸을 건사하지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알잖나 자네. 자네의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아직까지는 가능성뿐이지요.”
“그 가능성을 자네는 실현시킬 것이니까. 평범한 인간들은 나를 전지전능한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할 뿐, 나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지 않아. 결국 인간들이 말하는 신이란 무엇인가? 창조주인가?”
“그렇겠지요. 제 개념으로는 미래를 아는 자입니다. 설계해 두었기에 아는 자.”
“그래 맞아. 그래서 인간과 세상의 미래를 볼 줄 알게 된 자네 같은 인간은 인간을 넘어 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존재이지. 이렇게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유이고.”
“인간의 구원을 위한 노력에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이렇게 질문해 보지. 지구의 실제 역사가 얼마나 되겠나?”
언젠가 생각했던 주제였다. 인간의 지구를 계획했다면 인간이 없었던 지구나 지능이 충분치 않았던 인간들의 시대는 설계자들에게 불필요한 것이었다.
“인간의 시간으로 길어야 5,000년 안쪽이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문명 이전의 인간들에 대해서 당신의 고객들이 관심을 갖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맞아. 겨우 백 년을 사는 인간들에게 과거의 흔적을 믿게 만드는 일이란 너무도 쉬운 것이었지.”
“굳이 윤회의 개념을 넣은 이유는 뭡니까?”
“그것은 내 생각이 아냐. 고객들이 원한 것이지. 될 듯 될 듯 결국 안 된 캐릭터들에 감정이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더군. 그들은 그런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기를 요구했어. 그 요구는 결국 윤회를 시스템의 기본 정책으로 정착되게 만들었지.”
“그렇군요.
“지구에 나타나는 UFO는 당신 시스템의 여행 프로그램 정도 되는 겁니까?”
“맞아. 지구 투어는 인기가 많다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고객들 중에는 뭔가를 귀띔해 주려고 자신의 캐릭터를 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네. 반대로 남의 캐릭터를 해코지하려고 그러는 경우도 있었지. 어쨌거나 속임수가 발견되면 그 고객은 인간찾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다네.”
“당신도 직접 내려온 적이 있습니까?”
“몇 번 되네.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특별한 인간들이 필요했거든. 그들의 각성이 생각보다 더딜 때 내가 그들 앞에 나타나곤 했지. 그들은 내가 특별히 아꼈던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