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호수 바깥쪽 뭍으로 가족 나들이 갔다가 자칼의 습격으로 아빠를 잃고 난 충격이 아물기도 전에 사랑하는 엄마를 하이에나에게 빼앗긴 플랩이 받은 상처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플라밍고의 숙명과 치유의 길' 따위의 글로는 아물 수 없는 것이었다.
무려 삼백만 마리 아닌가? 그 많은 플라밍고 중에 왜 하필이면 자신의 가족이어야만 했는지를 플랩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플랩이 예상한대로 이른 시간의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삼백만 마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어서 어딜 가나 밟히는 게 플라밍고였기에 플랩은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으로 학교를 떠올렸던 것이었다.
플랩은 나뭇가지들을 엮어 커다란 뗏목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얼기설기 얹어 천적의 눈을 피한 학교의 교실 안에 들어가 맨 뒷자리 어두컴컴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천정과 벽 틈으로 빛이 환하게 새어 들었지만 유일하게 이 한 곳만 빛에서 비켜나 있었다. 플랩이 호수 위에 떠다니는 나무 잎사귀들을 집어 자기 주변의 틈들을 메워버렸기 때문이었다. 자꾸만 어둠 속에서 움츠려 있기만 하는 플랩에게 친했던 친구들도 더는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