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7. 약속

by 오종호

“그래서 너의 고민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아빠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한 무기력증 정도 되는 거니?”


아무도 내려앉지 않은, 호수 위에 불쑥 솟아있는 작은 모래톱 위를 나란히 걸으며 플랩이 긴 얘기를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이자, 날개가 늘어지도록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는 뭐가 그리 대수냐는 듯한 표정으로 소퍼 선생이 물었다.




‘젠장. 괜히 쓸데없는 얘기를 했군. 서둘러 튈 궁리나 해야겠다.’

“무슨 핑계를 대고 내 곁에서 사라질까 생각 중이니?”


소퍼 선생의 말에 플랩은 뒷통수가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어설픈 핑계 일랑 굳이 꾸밀 궁리 안 해도 된단다. 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어딜 좀 가야 하는데, 밤 아홉 시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꾸나. 어때?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진 않을 테니 괜찮지? 그럼 괜찮은 것으로 알고 먼저 간다. 이따 보자.”




‘골 때리는 선생이군. 휴일이라…… 또 뭐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모래사장을 몇 걸음 더 걷다가 휘리릭 몸을 날려 호수 저편으로 날아가는 소퍼 선생의 뒷모습을 보며 플랩은 뭔가 할 일이 있는 플라밍고가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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