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다시 뜨겁게 호수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끈 달아오른 모래의 열기가 플랩의 발가락 사이를 파고 들었다. 플랩은 더운 바람을 타고 느리게 올라왔다 내려가곤 하는 물결에 두 발을 담그고 섰다. 발가락을 찰싹대는 물결이 한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오늘도 분홍빛의 플라밍고 무리가 호수를 빽빽하게 메우고 춤과 노래로 신명 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들 뭐가 저리 즐겁단 말인가? 아, 거대한 독수리로 변신할 수만 있다면…… 자칼과 하이에나, 저 원수들에게 한바탕 싸움이라도 걸 수 있을 텐데.’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 플라밍고들의 모습에서 플랩은 왠지 나약한 자기 모습을 대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험한 세상에서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힘없는 새에 불과했다. 언제 어느 때라도 포식자들의 마수에 걸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 사랑하는 이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처해 있을 때조차 할 수 있는 일이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만 보는 것이 전부인 있으나 마나 한 존재……
플랩은 푸르러질수록 우울해지는 이번 가을하늘이 너무도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