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9. 별밤

by 오종호

호수 위로 밤하늘이 통째로 떨어진 듯 했다. 조명처럼 사방에 별들이 켜져 있었다.


‘젠장, 자야 하는데. 이 망할 놈의 별들.’

‘어차피 날이 새면 어디론가 떠나버릴 텐데’ 하는 생각과 그럴수록 자꾸만 심장을 쿵쾅거리는 두려움이 플랩의 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랩을 결국 일으켜 세운 것은 그 놈의 별들이었다. 별들이어야만 했다. 적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소퍼 선생이 혹시라도 계속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 또는 미안함 때문에 잠 못 이루고 모래톱으로 간다는 것은 왠지 플랩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쉬잇!”


날개를 접고 모래톱에 내려앉아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겠기에 입을 떼려는 순간 소퍼 선생이 날개로 입을 막으며 작은 소리로 외쳤다.


“들어봐라. 눈을 감고 들어봐. 어서.”




플랩은 그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서 부엉이 한 마리가 구애를 하고 있었다.


“들리니?”

“부엉이요?”

“아니, 그 소리 말고.”




풀벌레 소리들이 그 보다 더 크게 들렸다.


“벌레 소리요?”

“아니, 그것도 말고.”

‘젠장, 뭐라는 거야 지금. 괜히 왔네.’

“두 시간 늦은 것 봐줄 테니까 잘 들어봐라. 들어봐. 그래 지금. 지금이야, 들어봐.”




소퍼 선생이 플랩의 머리 위에 날개를 올리고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자기의 심장박동 소리인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소퍼 선생이 머리에 얹은 날개에 좀더 힘을 주는 듯한 순간이었다.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인가가 잠을 자는 듯 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쉬는 듯한 느낌, 분명 숨소리였다.




“숨소리요?”

“그렇지. 들었구나, 하하하.”


소퍼 선생이 웃으며 날개로 플랩의 뒷통수를 때렸다. 플랩이 눈을 뜨자 소퍼 선생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플랩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리고 지랄이야, 시발.’

“두 시간 기다리게 해놓고 선생한테 머리통 한대 얻어맞았다고 욕하기냐?”


플랩은 이번에는 등이 서늘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소린지 알겠니?”

“글쎄요. 숨소리 같긴 한데.”

“별들이 내는 숨소리지.”

“예?”

‘뭔 헛소리야, 이거?’

“헛소리 아니니까 이번엔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렴. 귀도 크게 열어두고 말이지.”


이 말에 플랩은 자신이 혹시 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온몸에 닭살이 돋아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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