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10. 경계

by 오종호

“별이 참 많지?”

“네.”


플랩이 한기에 몸을 약간 떨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오늘이 일년에 한 번 모든 별들이 모이는 그날이란다. 너는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 플랩. 뭔 개소리냐고 하려고 했지? 하하하. 이 선생님도 너 만할 때 항상 궁금하곤 했다. 선생님께서 어떻게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인지를. 나중에 알았지. 내 선생님께서도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잡아 먹은 자칼에게 복수를 하러 갔단다. 이성을 잃었던 거지. ‘혼자 비겁하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있는 힘을 다해 놈의 몸을 깨물어 상처라도 내고 죽자, 우리 플라밍고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도 있었고.”




“아침 일찍 그 자칼을 찾아 나섰어. 너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이 호수를 대낮에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하지만 나도 너만큼 운이 좋은 플라밍고였나 보더라.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런데 나는 그날 보았단다. 몸통이 뜯긴 채 초원에 잠들어 있는 기린의 시체를. 그리고 그 앞에서 늘어지게 하품하고 있는 사자의 모습을. 또 보았지. 사자의 무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기린에게 다가가 뜯어먹기 시작하는 하이에나의 무리를, 독수리들을, 까마귀들을. 기린의 살이 차례로 살아있는 것들의 입으로 사라져 가는 현장 저 끝으로는 한가롭게 높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들을 뜯어 먹는 기린들이 보였어.”




“자칼은 만나지 못했단다. 나의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지. 내가 특별한 플라밍고임에 틀림없다고.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라고. 그것이 어리석은 감정의 표출이었든 상대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강자에게 맞서려는 무모한 용기였든 경계를 넘은 자만이 접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칭찬해 주셨지. 당신도 이르지 못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도 격려해 주셨어.”




“나는 내가 특별한 플라밍고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가 어린 나이에 배우는 플라밍고의 숙명에 잘 나와 있듯이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이는 플라밍고는 결코 드물지 않아. 사실 흔하디 흔하지.

하지만 왜냐고 질문하는 플라밍고들은 그리 많지 않단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을 자기의 감정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 이유를, 그 감정의 실체를 따라가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너를 처음 봤을 때 선생님은 알았다. 네가 그 옛날의 나처럼 결국 저 경계를 넘어가리란 걸. 우울함과 두려움이 혼재된 자포자기 식 선택의 길은 딱 하나 그것으로 연결되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막을 수 밖에 없었지. 그날의 기린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초원에 평온을 선사해주리란 보장은 없었으니까. 목숨을 거는 터무니없는 도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의미 있는 도전을 해나가는 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모든 별들이 모이는 날이었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