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11. 삶

by 오종호

“플랩아. 너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이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보다 먼저 떠나신 데에는 별반 이유가 없단다. 그날 사자의 먹이가 된 그 기린도 마찬가지이고. 그게 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일 뿐이야. 누구나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다. 날마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딱 이 세 가지일 뿐이지. 중요한 것은 사는 데에만 있다. 우리가 플라밍고로 태어나는 것은 우리가 사자로, 코끼리로, 하마로, 물소로, 또 자칼과 하이에나로 이 세상에 오는 것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네 눈 앞에 있는 저 수많은 별들을 마다하고 네가 지금 이 별에 서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지. 우연히 던져진 것 말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우연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 우연에서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이 우주에는 없다.”




“삶에도 많은 우연이 끼어든다. 우리가 맞이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도 우연히 우리 앞에 온다. 네 어머니의 삶에도 그 선택의 순간이 우연히 다가온 것뿐이다. 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삶에 우연이 개입한다는 것은 그것이 삶의 본질은 아니라는 얘기다. 삶의 본질은 살아가는 것 자체에 있을 따름이다. 옳은 선택도 그른 선택도 있을 수 없어. 아무도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모습일 지는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삶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하는 것만은 정확하게 결과를 예측하게 해준다. 하지만 너의 어머니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삶을 선택하신 것이다. 알겠니? 죽음을 선택한 것은 그 시절의 나였고 아마도 내일의 너였을 것이다.”




‘이제 별들을 봐라. 살았던 모든 생명은 죽어서 별이 된다. 별빛이란 곧 영혼의 얼굴이다. 이 말을 이따가 알게 될 게다. 별이 아니 모든 영혼들이 매년 이날 다 함께 모이는 이유는 바로 삶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살아라, 날마다 선택하라, 그리고 또 선택하라,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해서만 선택하라. 자기들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밤새 숨소리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영혼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밤하늘의 한자리에 툭툭 던져진 것처럼 거기에서 우리의 눈을 바라보고 선 자들아, 너희들도 그렇게 던져져 있다. 너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면 눈을 크게 뜨고 우리를 봐라. 바로 우리의 모습처럼 그렇게 너희들이 아름답단다. 살아라, 맘껏 숨쉬고 살아라. 우리가 이렇게 너희들을 향해 얼굴을 마주하고 있듯이 너희들도 너희들의 앞을 향해 살아라. 뒤돌아보지 마라. 선택은 앞에 있다. 선택의 결과를 생각하지 마라. 그것이 잘되든 잘못되든 또 다른 선택이 온다. 그냥 선택해라. 그 순간 네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는 쪽으로 말이다……”




플랩은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눈물을 파고든 별빛에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도 말하고 있었다.


“살아라, 플랩아. 힘껏 살아라, 아들아. 뒤돌아보지 마라. 먼 내일을 꿈꾸느라 꿈의 무게에 눌리지도 마라. 매 순간 삶을 위해 선택하며 힘차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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