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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3.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21> - 식지불감食旨不甘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曰 安 女安則爲之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 故不爲也 今女安則爲之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子生三年然後 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재아문 삼년지상 기이구의 군자삼년불위례 예필괴 삼년불위악 악필붕 구곡기몰 신곡기승 찬수개화 기가이의 

자왈 식부도 의부금 어여안호 왈안 여안즉위지 부군자지거상 식지불감 문악불락 거처불안 고불위야 금여안즉위지 

재아출 자왈 여지불인야 자생삼년연후 면어부모지회 부삼년지상 천하지통상야 여야유삼년지애어기부모호 


-재야가 물었다. "삼년상은 일 년으로도 충분히 길 따름입니다. 군자가 삼 년 동안 예를 행하지 않으면 예는 반드시 무너지고, 삼 년 동안 악을 행하지 않으면 악은 기필코 훼손될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다하고 햇곡식이 익는 동안 부싯돌로 불을 일으켜 새 불쏘시개를 준비하는 법이니 일 년이면 좋을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네게는 편안하더냐?" 재아가 말했다. "편안합니다."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거라. 무릇 군자가 상을 당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달지 않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집에 있어도 편치 않기에 그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거라."

재아가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여는 인하지 않구나. 자식이 태어나면 삼 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대체로 삼년상은 천하에 일반적인 상례다. 여도 부모로부터 삼 년간 사랑 받았을 것이야."  

       


여(予)나 재여라고도 불리는 재아는 논어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언변은 뛰어났으나 지혜가 부족해 공자에게 자주 질책을 받았습니다.


재아가 부모상을 당했나 봅니다. 삼년상을 치르느라 공부도 못하고 할 일도 못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무래도 그리 합리적인 예법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럼 그렇게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괜히 스승 앞에서 문자 쓰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지요. 


공자도 제자의 억지 수사가 핑계처럼 들렸던 것 같습니다. '네가 군자이더냐? 네가 삼 년간 보이지 않아도 예와 악이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농사를 짓고 불쏘시개를 구비하는 일이야 사시에 맞게 일 년 단위로 하는 일이라지만 그것과 네 삼년상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그저 고달프게 삼 년의 세월을 보내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 공자는 이런 뉘앙스로 제자를 꾸짖고 있습니다.     


재아로서는 좀 억울할 만합니다. 공자의 유도심문에 걸려 "안(安)"이라고 대답 한 번 잘못했다가 된통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재아는 솔직한 편이 나았습니다. 현대의 우리가 보기에 삼년상의 폐해는 너무도 크고, 공자의 논리는 근거가 빈약하지요. 혼란한 춘추시대에 부모상으로 6년에 조부모상이나 친척상으로 세월을 다 보내면 가뜩이나 짧은 수명에 뭐하나 집중해서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효에 대한 공자 선생의 가르침에서는 그의 간곡한 마음만 받는 것이 맞겠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도는 살아 있는 동안 평생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물질적으로 풍족히 봉양하지 못하고 그저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내는 자식들이 많은 세상에서 공자의 효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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