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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2.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20>-취슬이가取瑟而歌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유비욕견공자 공자사이질 장명자출호 취슬이가 사지문지 


-유비가 공자를 만나고자 하였으나 공자는 병을 핑계했다. 명을 받고 심부름 온 사람이 집을 나서자, 큰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여 그가 듣도록 했다.   



유비라는 자가 사람을 시켜 공자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공자가 거절하고 있습니다. <양화> 편 1장에서 양화를 만나기 싫어하는 공자의 모습을 본 바 있지요. 가끔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공자는 불인한 자들과는 아예 만나지 않기를 선택했습니다.


몸이 아프다는데 사자(使者)로서는 물러날 도리밖에 없지요. 공자의 집을 떠나는 그의 귀에 공자의 연주와 노랫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는 공자의 의도를 알아챘을까요? 


이 구절의 핵심은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나 사실은 안 아프지롱'이라고 알렸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공자가 지금 음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 있습니다. '그대가 모시는 주인은 시와 예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어찌 더불어 말을 섞을 수 있겠는가? 가서 잘 전하시게.'


시와 예, 그리고 악의 관계에 대해서는 <태백> 편 8장 해설에서 언급하였습니다. 공자에게 음악은 인간의 완성과 대동(大同)의 상징입니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함으로써 함께할 수 없는 이유를 고매하게 전달한 것입니다. 


물론 아무에게나 먹히는 방법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공자는 아랫사람을 통해 사자의 수준을 파악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돌아가서 주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공자 자신의 뜻을 완곡하게 잘 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자고로 메시지란 상대의 정신적 수준에 맞춰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개를 좋아하여 개 동상에 고개 숙여 인사할 정도라고 해도 개를 위한 선물은 장난감이나 개를 배려한 하네스가 적절하지요. 다발로 건넨 목줄에 정성과 존경의 마음이 담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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