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l 04.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22>-무소용심無所用心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자왈 포식종일 무소용심 난의재 불유박혁자호 위지유현호이 


-공자가 말했다. "하루종일 배불리 먹고서 마음 쓸 바가 없다니 딱하구나. 장기와 바둑이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그걸 두는 것이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워크숍이라도 갔던 것일까요? 하루종일 배불리 먹는 날이 많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앞 문장은 '종일(終日)'과 '난의재(難矣哉)'가 들어 있는 <위령공> 편 16장의 형식과 동일합니다. 난()은 '딱하다'고 해석할 때 문맥에 어울립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205


포만감에 젖은 제자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잡담이나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꼴을 보자니 공자의 마음이 답답해졌겠지요. 장기나 바둑이라도 두라고 얘기합니다. 사람은 정성을 다해 몰입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학문이라면 가장 좋겠으나 공부할 상황이 아니라면 뭐라도 찾아서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말이 어떤 장소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자들과 떠난 유랑의 길 어느 공터일 수도 있고, 학당에서의 어느 하루일 수도 있지요. 공자의 마음은 '비싼 밥 처묵고 뻘소리 할 시간 있으믄 잠이나 일찍 처자라'고 했던 옛날 시골 할머니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튼소리나 하면서 시간 죽여 봐야 배만 꺼지게 되니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21> - 식지불감食旨不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