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V

by 오종호

“이 개의 주인 되는 자가 있다면 이 개가 누구인지 말해 보시오.”


편재 스님의 말이 끝나자 여인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소리쳤다.


“그 개는 독구요, 내 개입니다.”


여인의 대답에 편재 스님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사람들을 가로질러 문지방을 건너 툇마루에 섰고 개도 그의 뒤를 따라 나와 옆에 섰다. 그런 다음 편재 스님은 은빛 몽둥이를 들어 붉게 탄 노을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목어를 가리키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이것은 무엇이오?”


“그것은 목어이지 않습니까?”


그걸 문제라고 내냐는 듯 한심하다는 투로 여인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지자 편재 스님은 목어를 떼어 그녀의 발 앞에 던지며 말했다.


“그것이 그대의 독구요. 데리고 가시오.”


편재 스님의 말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저 땡중이 지금 뭐라는 거여?”


인생의 삼일 간은 수많은 혹으로 머리통이 퉁퉁 부어 있었던 노인이 지팡이를 몽둥이처럼 쳐들고 소곤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눌러 버리려는 듯이 소리 높여 말했다. 하지만 편재 스님은 노인의 말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태연하게 사람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어갔다.


“그대들의 주인은 어디에 있길래 그대들은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것인가?”


편재 스님의 질문에 사람들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고, 과거에 불자였던 여인과 행자였던 사내와 고시생이었던 노인도 덩달아 뻘쭘한 표정으로 불언不言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TV프로그램의 연출자만 연신 눈짓과 손짓으로 스태프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대들의 말은 다만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의 주인을 데려오면 내가 기꺼이 그들과 이야기하겠다.”


순간 세 사람을 향해 몽둥이를 가리키며 편재 스님이 호통을 치자 세 사람은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입만 바라보며 우물쭈물 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그대들의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편재 스님! 되도 않는 질문 관두시고 이 여인에게 어서 그 개를 돌려 주십시오.”


“이 개에게는 주인이 없거늘 어찌 주인이 따로 있는 자가 스스로 주인인 개에게 왈가왈부하는 것인가?”


“그 무슨 궤변이세요. 아무리 세월이 지났다 하여도 개는 제 주인을 알아보는 법. 독구야, 이리 온. 엄마다. 엄마가 맛난 것 줄게. 이리와, 어서.”


여인이 손가방에서 소시지를 꺼내어 개를 유혹했지만 개는 한 번 힐끗 여자를 쳐다보았을 뿐 다시 무표정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자 당황한 여인이 돼지 귀를 잘라 말린 것이며, 칠면조의 힘줄 말린 것이며, 뼈다귀를 닮은 간식 등을 차례로 코 앞에 디밀었으나 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도대체 개를 얼마나 지독하게 훈련시켰으면 이럴 수 있을까요. 안 그래요, 여러분? 자기 말만 듣게 만들었음에 분명해요. 그렇다마다...”


자신이 잔뜩 준비해온 먹거리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괘씸하다는 듯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여자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떠들어댔다. 몇 명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이 개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기대하는 눈빛으로 편재 스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