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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13. 2023

일상의 논어 <미자微子6>-피인지사辟人之士

長沮桀溺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 

長沮曰 夫執輿者爲誰 子路曰 爲孔丘 曰 是魯孔丘與 曰 是也 曰 是知津矣 

問於桀溺 桀溺曰 子爲誰 曰 爲仲由 曰 是魯孔丘之徒與 對曰 然 曰 滔滔者天下皆是也 而誰以易之 且而與其從辟人之士也 豈若從辟世之士哉 耰而不輟 

子路行以告 夫子憮然曰 鳥獸不可與同羣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天下有道 丘不與易也

장저걸익우이경 공자과지 사자로문진언 

장저왈 부집여자위수 자로왈 위공구 왈 시노공구여 왈 시야 왈 시지진의 

문어걸익 걸익왈 자위수 왈 위중유 왈 시노공구지도여 대왈 연 왈 도도자천하개시야 이수이역지 차이여기종피인지사야 기약종피세지사재 우이불철 

자로행이고 부자무연왈 조수불가여동군 오비사인지도여이수여 천하유도 구불여역야


-장저와 걸익이 나란히 밭을 갈고 있었다. 공자가 그곳을 지나다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가 어디에 있는지 묻게 했다. 

장저가 말했다. "저 수레에 앉은 사람은 누구요?" 자로가 말했다. "공구이십니다." 장저가 말했다. "그 노나라의 공구 말씀이오?" 자로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장저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루터를 아시겠구려."   

걸익에게 묻자 걸익이 말했다. "선생은 뉘시오?" 자로가 말했다. "중유라고 합니다." 걸익이 말했다. "노나라의 공구 제자인 것이오?" 자로가 대답했다. "그러합니다." 걸익이 말했다. "도도한 물처럼 천하의 모든 것이 그리 흘러가오. 누가 그것을 바꾸겠소? 또한 사람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찌 세상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는 것만 하겠소?" 씨앗 덮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가 가서 고했다. 공자가 무연히 말했다. "새와 짐승과는 더불어 무리 지을 수 없다.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나도 바꾸는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 게다."     



무도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현실 참여의 길을 선택한 공자의 면모가 다시 한 번 잘 드러납니다.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하겠느냐?"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바보 노무현이 연상됩니다. 


장저는 나루터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대신 공자가 알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자처럼 똑똑하고 주유천하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야 쉽게 알겠지', 라고 살짝 비꼬는 것이지요.


걸익은 공자를 '피인지사'라고 은유합니다. 등용되어 쓰임을 얻기를 원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발탁되지 못하고 본인도 그릇이 작은 사람들과는 함께하지 못하니, '사람을 피하는 선비'라고 부른 것이지요. 현실 정치를 하겠다면 현실 논리를 따르면 그만인 것을, 이상만 높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피해 다니기만 한다는 냉소적인 평가입니다.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면 공자는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진흙탕에 맑은 물을 대는 것은 싸움에서 이긴 후에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 면에서 공자의 입장은 도가적 세계관을 가진 은자들에게 위선처럼 느껴졌을 법합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주역 천지비괘처럼 모든 것이 꽉 막힌 불통과 폐색의 시대에는 물러나 은둔하며 때를 기다리거나 진흙탕 개싸움에 기꺼이 임해 주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공자의 태도는 분명 어중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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