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l 12. 2023

일상의 논어 <미자微子5>-내자유가추來者猶可追

楚狂接輿歌而過孔子曰 鳳兮鳳兮 何德之衰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已而已而 今之從政者殆而 孔子下 欲與之言 趨而辟之 不得與之言

초광접여가이과공자왈 봉혜봉혜 하덕지쇠 왕자불가간 내자유가추 이이이이 금지종정자태이 공자하욕여지언 추이피지 부득여지언 


-초나라 광인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공자를 지나다가 말했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하여 덕이 쇠하였소? 지나간 일은 바로잡을 수 없어도 앞일은 이룰 수 있느니, 그만두소 그만두소. 작금의 정치라는 것은 위태롭소이다." 공자가 내려 그와 얘기하려 했으나 서둘러 자리를 피하니 대화하지 못했다.          



이 장부터 은자들과 관련된 일화들이 나옵니다. 


공자를 봉황에 비유한 것으로 보아 접여가 공자의 인물됨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자를 안타까워하고 있지요. 부질없는 꿈을 좇아 천하를 주유했던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는 그런 부질없는 일에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룰 수 없는 이상에 끌려다니다 보니 당신의 큰 덕도 늙은 몸뚱이처럼 시들어 버리지 않았느냐?'는 뉘앙스가 '하덕지쇠'에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면접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청년의 얼굴도 생기를 잃는 법이지요. 자존감이 낮아지니 세상을 향해 품었던 웅대한 꿈도 꺾이기 마련입니다. 마음 자체가 쪼그라들기에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기도 어렵습니다. 


접여는 공자 같은 큰 인물이 자신을 품을 수 없는 시대에 연연하기를 원치 않고 있습니다. 다 버리고 은둔하기를 권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란 결국 정치를 수단으로 삼는 것인데, 무도하고 불인한 자들이 권력을 독점한 세상에서 당신이 할 일은 없다. 이제 그만 인정하고 속세를 떠나라'는 뜻을 전합니다. 


<헌문> 편 42장에서 공자는 자신이 은둔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바 있지요. 수레에서 내려 접여에게 하고자 했던 말도 동일했을 것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176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미자微子4>-삼일부조三日不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