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주팔자의 구성 (3)

우주와 나 사이의 고유한 에너지 교류 통로, 대운

by 오종호

대운이 월주를 기준으로 변화하는 이유는 월지가 시공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인의 운명 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우주 질서의 일부인 인간의 삶을 지구라는 자연의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즉, 공전과 자전이라는 회전 운동을 통해 지구에서 순환하는 계절을 에너지 변화의 기준으로 삼고 그에 따라 10년 단위로 각 인간이 자기만의 고유한 에너지와 만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인간의 입장에서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기에 냉방기기와 난방기기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만물을 기르고 만물을 거두며 만물을 순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주팔자로 운명을 해석할 때 인간의 관점을 버리고 자연의 관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인간의 관점에서 더우니 더위를 누그러뜨리는 기운이 필요하고 추우니 추위를 해소하는 기운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입니다.


대운은 좌표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는 말은 대운은 좌표이되 오로지 그 좌표가 갖는 속성의 에너지로만 인간의 사주팔자와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즉, 대운에 따라 본래 사주팔자 원국原局의 계절적 시공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다만 본래의 시공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그것과 조화를 이룰 뿐입니다. 일간의 입장에서 원국의 시공이 어그러져 있는 경우 그 어그러진 시공을 보완하는 대운을 만나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대운과의 만남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는 운명에 길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며 흉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길하다고 해서 무조건 10년간 길한 것이 아니라 세운에 따라 길함이 약해지거나 무력해질 수도 있고 오히려 흉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며, 흉하다고 해서 나쁜 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주팔자 원국과 대운의 에너지, 그리고 세운의 좌표가 일으키는 반응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운은 개인별로 우주와 각 개인 간에 설정되는 좌표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주와 나 사이에 생겨나 존재하는 에너지 흐름 통로나 차원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 보십시오. 남자가 계묘년과 같은 음의 해에 태어나면 양인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반反하는 세운이기에 대운이 거꾸로 흐르고, 갑진년과 같은 양의 해에 태어나면 자신과 정正하는 세운이기에 대운이 바르게 흐릅니다. 이른바 정반합의 원리입니다. 여자가 음의 해에 태어나면 정의 원리에 의해 대운이 순행하고, 양의 해에 태어나면 반의 원리에 의해 대운이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 의미를 태극으로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극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유의 원천입니다. 우주의 운동 자체가 회전 운동이자 순환 운동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음과 양이 서로 어우러져 변화하면서 회전과 순환 운동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태극에 대운의 흐름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편의에 따라 양음의 선을 따라 간지를 한꺼번에 배치했지만 우리는 천간의 좌표와 지지의 좌표를 별도의 차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차원이 만나 하나의 간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대단히 입체적인 모양으로 상상해야 합니다. 지장간을 감안하면 좌표들이 그리는 차원은 매우 복잡하고 기이한 구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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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운은 양의 해에 태어났느냐 음의 해에 태어났느냐를 기준으로 남녀에 따라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따릅니다. 위의 그림은 경자년 경진월에 태어난 남녀의 대운의 흐름을 표시한 것입니다. 매월 반반의 비율로 남자 아기와 여자 아기가 태어난다고 가정하면 각 남아의 대운은 정의 원리를 따라 순행하고 여아의 대운은 반의 원리를 따라 역행하면서 한 해 전체로 보면 우주와 사람 간에 흐르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반합을 이루게 됩니다. 지구 위에 사는 사람 전체로 확장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남녀의 대운에서 지지 공간 간의 은근한 조화로움을 느껴야 합니다. 저는 이 원리야 말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는 설계자의 섬세한 배려라고 이해합니다. 정과 반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좌표에 따라 부여 받는 성격일 뿐입니다. 속성의 상대성을 지칭하는 것뿐입니다. 척력과 중력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우주적 질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척력과 중력은 각각 정이기도 하고 반이기도 하면서 합의 질서를 형성합니다.


<<주역>> <계사전 상> 제5장에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는 것을 도라고 한다’는 뜻입니다. 음양이 하나의 대상에 있어서 서로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성질을 뜻하는 개념(상하, 좌우, 남녀, 명암, 주야 등)이라면 일음일양이란 대상의 운동과 그 운동을 통해 발생하는 변화를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즉, 도란 고요하고 안정된 어떤 속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운동과 변화의 상태를 일컫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를 곧 우주적 질서라고 치환해 보면 위에서 설명한 대운의 흐름에서 조화와 균형을 꾀하는 우주(혹은 설계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덕경>> 제4장의 ‘도충이용지 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道沖而用之 或不盈 渊兮 似萬物之宗 - 도는 비어 있어 작용하기에 이른다. 어떤 경우에도 차지 않는다. 아득함이여, 만물의 근원인 듯하구나.)’과 제42장 ‘만물부음이포양 충기이위화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 만물은 음을 업고 양을 안아 충기하여 조화를 이룬다.)’에서 충이라는 단어의 쓰임 역시 대립하는 듯하지만 대립의 관계 속에서 조화와 균형이라는 통일성을 지향하는 운동과 변화의 이치를 확인하게 해줍니다. 즉, 일음일양이 곧 충이며 이는 화(和, 조화)를 이루려는 운동과 변화의 과정으로 도라는 우주적 질서의 기본 설계 양식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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