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복면을 쓴 신이라는 작자가 나타나더니 이렇게 말했어.
- 내가 너희들을 위해 복잡한 미로를 하나 만들었다. 그 미로의 끝에 행복을 놓아 두었으니 그곳에 도달하는 자는 누구든 영원불멸의 그것을 누리게 되리라.
얼굴을 가린 탓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던 그 신이라는 작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앞 다투어 뛰어가기 시작했어. 나도 특별히 할 일이 없길래 천천히 뒤에서 따라갔지.
도착해보니 미로의 담장이 얼마나 높던지 사다리를 타고 담장에 서서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바로 접어야 했어. 젊은 사람들은 이미 정문을 통해 미로의 안으로 사라진 지 오래고 몇몇 나이든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하나 둘 모습을 감추고 있었어.
흠. 나는 그때 갑자기 궁금해진 거야. 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런대로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더라고. 어제까지 서로 웃고 지내던 사람들이 정신 없이 미로로 빠져 들어간 것을 보면 말이야. 글쎄, 난 한 번도 행복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행복이 뭔지 개념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 왠지 영원이니 불멸이니 하는 단어에 거리감이 느껴진 탓인지도. 생각해봐. 맛있다고 영원히 음식만을 먹고 사는 삶이나 편하다고 영원히 잠만 자는 삶이 과연 즐거울까? 영원하다면 굳이 지금 뭔가를 해야 할 이유라는 것도 의미 없어질 텐데 말이야. 하여간 나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어. 미로 탐험 따위를 하기엔 날씨가 너무 덥기도 했고, 그 보단 신이라는 위인을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그랬는지도 몰라.
그래서 신이 있던 곳으로 가 보았지. 하지만 신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어 버렸어. 실망한 나는 우거진 나무 그늘 옆으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세수를 하고 온 몸에 물을 끼얹은 다음 목까지 충분히 축이고는 다시 미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저녁 때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지친 표정으로 미로에서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가족과 연인을 기다려 만나고는 저마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지.
다음날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또 다시 미로 앞으로 모여 들더니 저마다 비장한 표정으로 미로로 달려 들어가는 거야. 늦게 온 사람들이 빨리 들어가라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으니 그럴 만도 했어. 간혹 땅바닥에 앉아 나뭇가지로 그림이나 그리고 있던 나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럼 나도 멍한 표정으로 눈길을 받아주곤 했지.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무려 백일 동안이나 미로 찾기는 계속 되었어. 누군가 백일 정도는 정성을 보여야 길이 열릴 거라고 주장했다는 소문도 들려왔지. 어쨌든 간에 백일이 지나자 미로를 찾아오는 사람은 뚝 끊겨 버렸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제서야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던 긴 막대기를 들고는 혼자 미로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 길에는 푹신푹신한 흙이 깔려 있었고 담장은 예쁜 벽돌이기도 했다가 우거진 넝쿨이기도 했다가 벌과 나비가 그득한 만개한 꽃이기도 해서 전혀 지루한 줄은 모르겠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