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을 들은 것은 얼마 전 사막에서였어. 사막의 별을 보고 싶어서 왔다는 일단의 젊은이들 중 유별나게 수다스러운 친구가 하나 있더군. 그 친구는 성지순례를 막 마치자 마자 사막으로 달려온 것이라 했어. 그 친구가 얘기하던 곳이 어디인지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네. 자네가 알다시피 떠나온 이후로 난 한 번도 고향으로 되돌아간 적이 없으니 이것은 온전히 그 친구의 말일 뿐이네. 따라서 진실이기도 하고 진실이 아니기도 한 이야기일세.
그 날 내가 꽂아두고 나온 막대기가 하루 만에 큰 나무로 자랐던 모양이더군. 글쎄, 세상엔 믿기 어려운 일도 분명 있는 법이니까. 그날 밤 내가 본 그런 별빛이라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기분일 뿐일세. 나무가 어찌나 크게 솟아 올랐는지 나무줄기와 가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미로의 담장들이 모두 무너진 모양이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담장이었으니 자네도 한 번 상상을 해보게, 그 나무의 덩치를 말이야.
그 나무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하네. '내가 신이라면 바로 이 순간을 창조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 그랬지. 막대기를 꽂기 전 내가 막대기로 땅에 쓴 글이었네. 그 글을 쓴 사람이 정말 나였는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네. 그때 나는 나의 이름조차 잊고 있었으니까.
나는 미치도록 그 순간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다시 깨달았다네. 어제의 그 순간은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것임을. 그런 예기치 않은 마주침의 순간이란 인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말일세.
고향 사람들은 밤하늘이 찾아오면 나무에 열매처럼 맺히는 그 별들을 보게 된 것 같아. 그 별 아래에 서면, 그 별 아래에서 손을 잡고 서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그렇게 시작된 모양이더군. 왜 안 그렇겠나? 미로의 담장을 무너뜨릴 정도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 나무의 키를 떠올려 본다면 말일세.
지난 이십 년간 나는 자연이 선사해 준 많은 뭉클한 순간들을 함께 했네. 그 순간들은 언제나 눈물 방울로 기억되네. 눈물이 별들을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리게 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시를 쓰게 해주었다네. 나의 이 시들은 그러므로 나의 시가 아닌 것이야. 그 어떤 것도 내가 쓴 것은 없는 셈이네.
이제 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이 쓸데없이 길기만 한 얘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간이 왔군.
지난 이십 년 동안 나는 밤새 하늘을 바라보던 그 시절의 그 순간을 넘어서는 내 인생의 완벽한 절대행복의 순간만을 찾아 다녔다네. 어리석게도. 그때 신이 내게 들려주려고 했던 이야기를 나는 듣지 못했던 거였어.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지. 나는 하늘만 보고 있었으니까.
젊은이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나무가 아니라 막대기가 그렸던 선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네. 그 선이 없었다면 막대기가 그곳에 꽂힐 일은 없었던 게지.
이것이 내가 지난 이십 년의 여행 끝에 찾은 행복의 실체라네. 끝까지 들어준 고마움으로 이 시집을 자네에게 선물로 주네. 이제 나의 시는 전혀 새롭게 쓰여질 것이라네. 그럼 언제 나의 고향에서 한 번 볼 수 있기를... 친구여, 몸 건강히 즐거운 여행 하길 바라네.
네가 지나온 길을 기억하는 바람은 이제 없다.
사막의 살마다 무겁게 새겨졌던 너의 발자국은
태양의 입김에 태연한 평등으로 회귀한 지 오래.
네 걸음은 다만 앞으로 향해야 할 운명.
사막을 걷는 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모래 위에서 길은 언제나 발 앞에 생기는 것,
발이 멈추면 그곳이 이야기의 끝이다.
네가 사랑했던 태양이 너의 육신을 붉게 달구는 동안
너의 할 일이란 별이 뜨는 밤으로 너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것.
오늘을 뜨겁게 내딛는 자여.
태양이 샘물 속에 달처럼 차갑게 잠드는 날
길의 끝 눈물처럼 쏟아 내리는 별빛 속에서
마침내 너는 목마른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음을,
바람도 지우지 못한 발의 이야기를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리라.
사막의 태양을 마시는 자여, 그럼에도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이 밤 다시, 흰 모래 같은 별 아래에 서서
우리 목마른 지금의 발걸음으로 살아서 만나자.
네가 지나온 길을 기억하는 바람은 이제 없어도
네가 걸어온 발을 기억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그날 밤 네 곁에서 밤새 목말랐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이 시집을 드립니다. 오르나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