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맥주를 홀짝이며 책을 읽었다. 술에도 취하고 활자에도 취한 다음 마침내 단잠에 거나하게 취할 요량이었다.
이 선생이 카톡을 보냈다.
"스승님, 우리 볼까요?"
교육 분야 기업체의 본부장으로 있는 그와는 전날 저녁 함께 공부한 터였다. 한 살 아래인 그는 늘 나를 스승으로 대한다. 과분하다. 세상에 와서 내 육신으로 얻은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남김없이 전수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나는 나를 극복해 왔고 그도 그를 극복해 갈 것이니, 자신의 극복을 위해 내 극복 과정의 보잘것없는 산물을 낮은 자세로 수용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어찌 가슴 벅차지 않으랴? 복이다. 니체의 말대로 "인간은 극복해야 할 무엇"이니, 나를 극복하고 그 자신을 극복할 제자이자 친구를 만났으니 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의 현재와 그의 미래를 연결할 '교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내가 터득한 모든 것은 그를 통해 더 나은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회사 동료들과 전작이 있었던 그는 택시를 타고 난 듯이 내게로 왔다. 하루조차, 세상이 정한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내일의 일정을 앞둔 직장인과 자정 너머의 시간을 잠 대신 불청객에게 내어 주기 꺼려하는 자유인이 내일을 생각지 않고 술과 말과 노래와 우정에 취하기 위해 깊은 밤을 마다하고 서로 만나는 일은 아름답다. 계산 없이 시공을 거슬러, 가던 길을, 자려 하던 시간을 박차고 한 점에서 끌어안는 일은 새로운 생성이다. 미래를 함께하려는 사람들만의 파괴적 행동이다.
우리는 두 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농담했다. 디오니소스를 사랑했던 니체를 사랑하는 나는, 아무에게나 농을 던지지 않는다. 유희의 언어는 닫힌 가슴에게는 건넬 수 없다. 활짝 열린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데 어울릴 때, 모두가 개그맨이 되는 이유는 이것이다. 하늘을 향해 웃음을 터뜨리고, 마이크를 향해 목청을 맘껏 여는 그 순간에 새로운 창조는 시작된다. 각자의 역량이, 저마다의 꿈이, 조합을 이루어 미래를 향해 날아간다. 그것을 막을 자는 없다. 그 화살은 사실, 시위를 떠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면, 내일을 생각하지 마라. 지금의 시각을 보지 마라. 현재를 불태우는 하루쯤 있어도 내일은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창조는 일탈에서 시작된다. 전통이라는 이름, 시스템이라는 구속에서 오늘 이 순간 만큼은 대붕처럼 벗어날 수 있을 때, 자유를 쟁취할 그대의 가능성은 구름을 뚫고 올라가리라.
나의 모든 것은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의 선함과 열정과 속깊음과 축제자의 기질이 나의 것을 받아 나의 제자들이자 그의 선배들과 후배들을 이끌어 내가 지향해 왔던 정상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정신과 물질, 이기와 이타, 쾌락과 금욕의 균형과 조화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지금 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그런 성공이야말로 깨어 있는 인간의 목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