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의 선물-5

by 오종호

생일상


“자기야, 나 왔어.”


김선희 여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어, 어서 와.”

“어서 오세요, 김선희 여사님.”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박선미 여사가 고개를 돌려 답하자 식탁 위에 있던 슈슈도 음악을 멈추고 인사했다.


“문단속 잘하고 있어야지. 누가 들어올 줄 알고 열어 놓냐? 슈슈, 안녕?”

“닫아 둔 거 슈슈가 자긴 줄 알고 막 열어 둔 거지.”

“아참 그렇지. 이 집엔 기특한 슈슈가 있었지?”

“안녕하세요? 샴페인과 와인이 참 맛나 보이네요.”

“그래, 반가워 슈슈. 케이크는 애들이 사온다고 해서 마실 것하고 음식 재료들만 준비했어. 자기는 그것만 마무리하고 이제 좀 쉬어. 내가 오늘 이똴리안 스똬일로 쫙 차려 줄 테니.”

“아냐, 어떻게 그래. 같이 해야지.”

“하여간 말은 엄청 안 들어요. 그럼 둘이 후딱 준비해서 배터지게 먹어 보자구.”


박선미 여사와 김선희 여사는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박선미 여사가 조수가 되어 재료를 씻고 다듬어 준비해 두면 김선희 여사가 여러 요리를 동시에 시작했다.


“애들 오기 전에 쫙 준비해 두자구.”

“그러자구.”


두 여사는 짝 소리 나게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부지런히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슈슈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흥겨운 음악을 틀었다.


“역시 센스쟁이 슈슈.”


김선희 여사가 슈슈를 보며 칭찬하자 슈슈가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노래를 중단하지 않으려는 슈슈의 배려였다.


갓 구운 마늘빵에 크림치즈와 구운 토마토가 곁들여진 에피타이저에 스프 대신 전복 미역국, 야채와 과일들의 색감이 조화를 이룬 신선한 샐러드, 트러플 리조또, 그리고 메인 요리인 그릴드 씨푸드가 준비되었다. 수리와 영서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막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공주님들 오시네요.”


슈슈가 음악을 멈추고 말했다.


“저희 왔어요.”


영서가 큰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수리가 바로 뒤에서 문을 닫았다.


“어서들 와. 손 씻고 이리들 앉아.”


김선희 여사가 화답했다.


“와, 이게 다 뭐야? 썬시스터즈 오늘 뭐한 거야? 뭔 날이야?”


영서가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으며 식탁에 차려진 음식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리와 박선미 여사의 눈이 마주쳤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엄마의 표정에 미안해진 수리는 시선을 내리고 손에 든 케이크 상자를 식탁 모서리에 슬그머니 내려놓은 후 손을 씻으러 갔다.


“나두 손.”


영서가 수리의 뒤를 따랐다.


“자, 박선미 여사의 마흔네 번째 생일파티를 시작해 봅시다.”


김선희 여사의 선창에 영서와 수리가 우렁차게 ‘와아’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선미 여사가 수줍게 웃었다.


“일단 건배부터 하자구.”


김선희 여사가 잔을 들자 다들 따라했다.


“와, 우리도 샴페인 마시는 거야?”


영서가 샴페인이 든 잔을 들어 냄새를 맡으며 좋아했다.


“무알콜입니다요, 아가씨.”

“쳇, 좋다 말았네.”

“예쁘고 착한 박선미 여사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건배!”

“건배!”


네 사람의 와인 잔이 공중에서 부드럽게 만나 쨍 소리를 냈다.


“수리가 케이크 꺼내서 초에 불 붙여 줄래?”

“네, 김여사님.”

“슈슈, 생일 축하 음악 반주 부탁해.”


수리와 영서가 각자의 성냥으로 여덟 개의 초에 불을 모두 붙이고 난 후 수리가 슈슈를 보며 말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셋, 둘, 하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박선미 여사님,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세 사람의 흥겨운 축하 노래가 끝나고 박선미 여사가 촛불을 불어 껐다. 수리와 영서가 박선미 여사의 머리 위 천장 쪽으로 폭죽을 쏘았다. 폭죽이 터지며 종이 장식들이 박선미 여사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모두들 고마워. 음식 식겠다, 얼른들 먹자.”


박선미 여사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흠흠. 식사들 하시면서 들어 주세요. 우주 최고의 딸 수리마마께서 축하카드를 낭송하겠습니다.”


수리가 카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엄마 생일 까먹는 우주 최고의 딸도 있냐? 평행 우주에서 오셨는감?”


영서가 장난스럽게 수리의 엉덩이를 때리며 핀잔을 주었다. 센스 좋은 슈슈가 분위기 좋은 배경음악을 깔았다. 수리와 슈슈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박선미 여사님. 생일 또 까먹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꼭꼭꼭 잊지 않겠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요리는 제가 준비할게요. 그리고 엄마 휴일에 하루종일 함께 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해요, 많이 많이. 알러뷰.”

“고마워, 딸. 기대는 별로 안 되지만 그래도 믿어보도록 노력할게 호호. 데이트 때는 뭐할 거야?”

“저에게 다 플랜이 있으니 맡겨 주시지요, 어마마마.”

“그래, 기대할게. 고마워.”

“오우, 모녀가 아주 닭살이다 얘. 이제 진짜 식기 전에 먹자. 먹고 마셔 보자구.”


김선희 여사가 소름을 털어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수리와 영서가 합창하며 신나는 표정으로 음식들에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