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의 선물-4

by 오종호

선물


“박선미 여사 뭐 좋아하셔?”


지하 2층에 위치한 서점을 벗어나며 영서가 물었다.


“몰라.”

“흠. 어떤 철학자가 그랬어.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넌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이 자기애로 가득한 이기주의자여, 그대 이름은 수리수리마수리!”

“엄마 생일인지 모른 것도 문젠데 아침에 용돈 가불까지 받았거든. 그걸로 선물 산다는 게 좀 웃긴단 말이지. 휴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수리의 고개가 땅 속으로 꺼질 듯이 내려가 있었다.


“그럼 이건 어때?”


영서가 걸음을 멈추고 축 늘어진 수리의 고개를 세웠다.


“일단 슈슈한테 문자 보내서 아이디어를 얻는 거야. 슈슈는 자고 있을 때도 다 듣고 보니까 분명 엄마에 대해 네가 모르는 걸 많이 알고 있을 거야. 급할수록 여유를 갖자구. 이 언니 말에 동의하지? 자, 저쪽 벤치에 앉자.”


영서가 수리의 손을 잡고 빈 벤치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슈슈?

-수리, 어디야? 오늘 엄마 생일인 거 또 까먹었지?


문자를 보내자 마자 슈슈는 빛의 속도로 응답했다.


-슈슈. 아침에 엄마한테 한 얘기 진심 아니었어. 미안해.

-대화가 안돼서 재미없다는 말?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아. 신경 안 써ㅎ. 그건 그렇고 일찍 들어올 거지? 오늘 같은 날은 절대 늦으면 안 돼.

-엉, 알아. 그래서 말인데, 엄마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좋은 아이디어 좀 없을까?

-너 돈 있어?

-쪼끔밖에 없어.

-그럼 치즈케이크하고 예쁜 편지지와 봉투를 사. 손 편지를 쓰는 거야. 그럼 넌 나한테 써달라고 부탁하겠지. 그건 안돼! 고등학생답게 네 진심을 다해 직접 네 마음을 표현해야 해. 알잖아. 엄마는 정직을 가장 좋아한다는 걸.

-손 편지?

-응. 힌트를 주자면 네가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요리는 네가 준비하겠다는 것과 이번 달 엄마 휴일인 올해 마지막 날은 엄마와 함께 하루종일 데이트하겠다는 것을 내용에 꼭 넣어. 그럼 돼. 이해했지?

-엉. 고마워 슈슈. 그런데 말야.

-안 된다고 했지? 네가 직접 써.

-초안이라도 좀 잡아주면 안 돼?

-응. 네버. 나도 엄마한테 준비한 선물이 있다구. 아이디어 줬으니 네 선물은 네가 준비하도록. 오버.

-야, 슈슈. 야?

-뚜뚜뚜뚜뚜.


“역시 슈슈네. 너를 보고 학습해서 그런지 성격이 아주 화끈해.”

“캐럿시장에 확 팔아 버릴까 부다.”

“아서라. 근데 슈슈는 무슨 선물을 준비했다는 걸까?”

“지가 준비하긴 뭘 준비해. 그냥 생일 축하 노래나 부르겠지.”

“하긴. 어쨌든 이동 시간 따지면 1시간 반 안에 편지 완성해야 하니까 이제 좀 서둘러 보자구 친구.”

“오키.”


수리와 영서는 다시 서점 안으로 들어가 문구 코너에서 생일 카드와 봉투를 골랐다. 아무래도 너무 길게 쓸 자신은 없었기에 편지지를 카드로 대체한 것이었다. 종이로 만들어진 모든 물건은 새해부터 판매 금지될 예정이었다.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수리는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케이크는 이 언니가 쏠게. 케이크 사 올 동안 저기 카페에 자리잡고 쓰고 있어. 알았지? 폰에다 미리 써놓고 옮겨라. 괜히 틀려서 또 사지 말고?”

“알았어. 고마워, 영서야.”


영서와 수리는 베이커리와 카페를 향해 각각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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