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綦曰 偃 不亦善乎而問之也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女聞人籟 而未聞地籟 女聞地籟 而未聞天籟夫
자기왈 언 불역선호이문지야 금자오상아 여지지호 여문인뢰 이미문지뢰 여문지뢰 이미문천뢰부
-자기가 말했다. “언아, 좋은 질문이구나.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잊고 있었는데 너도 그것을 알았느냐? 너는 인뢰는 들었을 것이나 지뢰는 아직 못 들었을 것이고, 네가 지뢰는 들었더라도 천뢰는 아직 못 들었을 것이다.” - 제물론(齊物論)
남곽자기(남쪽 성곽에 사는 자기. 가상 인물)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자 안성자유가 그 모습을 보고는 질문을 던집니다. "육체란 본디 고목처럼 될 수 있고, 마음이란 본디 불 꺼진 재와 같아질 수 있는 것입니까?"
자기 자신조차 망각하고 있던 자기는 위와 같이 답합니다. 인뢰란 사람이 내는 피리 소리라는 뜻으로 인간의 다양한 견해나 주장, 사상 등에 대한 은유입니다. 지뢰는 땅이 내는 피리 소리로 곧 자연의 소리요 자연이 빚어 내는 현상입니다. 천뢰는 하늘의 피리 소리로 곧 우주의 소리요 만물을 주재하는 도(道)입니다.
사람이 천뢰를 듣기 위해서는 하늘의 입장에 서야 합니다. 자기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것을 막는 일체의 억압을 벗어던지고 도(道)에 순응하는 삶을 살 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오상아(吾喪我)'는 도에 대한 깨달음을 가로막는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난 무념무상의 경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돈과 권력을 쥐면 뭐든 다 할 수 있고, 날마다 행복에 겨울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땅에 붙어서 살아가는 인간이 하늘의 소리를 듣고 지천명하지 못하는 한, 인생에는 언제든지 천둥 번개가 치기 마련입니다. 천명을 알게 된 사람은 거기서 거기인 삶을 특별하게 변화시키게 됩니다. 가슴에 북극성 같이 또렷한 목적지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굳이 스토아 철학자들처럼 엄격하게 살지 않아도 표류하지 않습니다. 방향을 알고 있으니까요. 흔들리던 나침반이 이내 북쪽을 가리키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