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by 오종호

남해의 임금 숙과 북해의 임금 홀은 종종 중앙의 임금 혼돈의 땅에서 어울렸습니다. 그때마다 혼돈은 둘을 극진히 대접하였기에 숙과 홀은 혼돈에게 보답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생각해 낸 방안은 혼돈의 몸에 구멍을 뚫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칠규(七竅. 눈, 코, 귀의 각 두 개와 입을 합한 일곱 개의 구멍)가 있으나 혼돈에게는 없으니 그를 위해 날마다 구멍 하나씩을 뚫어 주자는 것이었지요.


그 결과로 혼돈은 칠일 째에 죽고 말았습니다. <<장자>> 내편의 최종편인 <응제왕(應帝王)>의 마지막 이야기인 이것은 타자를 위한 선의의 행동이 타자에게 해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타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지 않고 '나'의 주관적 기준을 적용하는 선의란 실상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일 확률이 높지요. 그것에는 작위성이 담기기 쉽습니다. 자신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연출된 봉사 활동에 나서는 위선적 정치인들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외편의 <지락> 편에 담긴 노나라 임금과 바닷새의 이야기가 위의 것과 동일한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는 유명한 서양 속담이 있지요. 임금의 자격을 논하는 <응제왕> 편은 선의를 가장하지 않는 무위의 정치야말로 위정자의 진정한 리더십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얘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국민의 안정된 삶을 해치는 정책들을 펼치면서 겉으로는 민생을 반복적으로 떠드는 무능하고 사악한 국가 지도자가 있는 한, 그 나라의 진로는 지옥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