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by 오종호

안회가 제나라로 떠나자 공자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이를 본 자공이 근심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공자가 답합니다.


"옛날 관자의 말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퍼낼 수 없다는 것이지..."


그러면서 공자는 옛날 이야기를 하나 들려 줍니다.


"옛날에 바닷새 한 마리가 노나라 교외에 있었다. 노나라 임금은 새를 궁궐에 데려가 술을 마시게 하고 음악을 연주해 들려 주며 온갖 고기 요리를 차려 주었다. 새는 고기 한 점, 술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다가 사흘 만에 죽고 말았지. 이것은 인간의 방식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의 방식으로 새를 기르지 않은 것이다..."


공자는 사랑하는 제자 안회가 바닷새 꼴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안회에게는 정치가 아니라 안빈낙도의 삶이 어울림을 알기 때문입니다.


뭇 짐승이 저마다 부여 받은 운명적 성정에 따라 살아가듯 사람에게도 천성이 있습니다. 천성에 어긋나는 길로 접어들면 사람은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 자연과 벗하며 살아갈 때 인간은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인류 문명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연과 멀어지는 삶을 강요합니다. AI가 탑재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 갈 세상에서 인류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