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의 문

by 오종호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


- 모든 일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덧없는 인생이 공연히 스스로 바쁘구나. - <<명심보감>> 순명편(順命篇)



'삶과 죽음은 천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이 내린다'(<<논어>>, 안연편5)고 했습니다. 인과 연의 그물에 따라 우리는 이디에선가 와서 살다가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지요. 삶을 구성하는 부와 빈, 귀와 천까지 하늘이 정한 것이라면, 인생이 무상하지 않을 도리란 없습니다. 그래서 운명을 읽고 통찰하는 학문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저도 자주 마음이 헛헛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큰 공부의 마디를 넘어서면 그 이상이 보이는 법이지요. 인생이란 뜬구름(浮雲. 부운) 같은 것이기에 떠 있는 동안은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살아야 합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는 구름처럼 하늘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대로를 걸어야 합니다. 나의 길이 아닌 곳으로는 눈길을 주지 말고, 탐심도 갖지 말며, 안분지족하며 나의 속도로 걷는 것. 그것이 분주함으로 헛되이 채우는 인생을 멈추고 의미와 결실이 있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부귀는 하늘이 내리지만, 하늘은 자기 분수에 맞는 부귀를 향해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이끌어 줍니다. 동시에 하늘은 시련도 내립니다. 그래서 모든 시련을 묵묵히 감당하겠다는 태도와 의지가 먼저입니다. 시련을 옷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때 부귀의 문이 열립니다. 본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귀의 문은 시련 끝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련은 하늘이 내 준 일종의 숙제와 같기 때문입니다. 시련에 단련된 사람의 눈에는 타인의 시련도 들어오는 법입니다. 그러니 크고 긴 시련의 복도를 걸어온 사람을 하늘은 아낍니다. 그의 문 너머의 부귀가 공익적으로 쓰일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한 생각을 하고 귀한 꿈을 꾸며 귀한 언행을 해야 합니다. 이전의 천박함을 반성하고 그것과 단절해야 합니다. 헛된 분주함과 허황된 망상에서 오는 부는 귀하게 쓰이지 않습니다. 그런 부는 결국 인생을 덧없게 만듭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입니다. 우리는 그 흐름을 읽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자신의 길을 발견해야 합니다. 자신의 길에만 시대의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저마다의 길을 찾아 부귀의 문과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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