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방향

by 오종호


景行錄云 禍不可以倖免 福不可以再求

경행록운 화불가이행면 복불가이재구


- <<경행록>>에 말했다. "화는 요행으로 면할 수 없고, 복은 재차 구할 수 없다." - <<명심보감>> 순명편(順命篇)



길흉화복(吉凶禍福)이라고 했습니다. 길흉과 화복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길한 일을 하면 복을, 흉한 일을 하면 재앙을 불러들이는 법입니다. 개인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인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은 진리입니다.


다만 인과율을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바삐 일하는 것,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 등은 길흉과 무관한 행위입니다. 가치중립적입니다. 자기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적 행위를 하는 것은 생명을 부여 받은 모든 개체의 본능적 속성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타인의 것을 갈취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부정한 짓을 할 때 비로소 길흉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당연히 화를 초래하는 흉한 일입니다. 이타적 행위일 때 그것은 길한 일입니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핍박하며 공동체의 안위와 안녕을 희생시키는 자들의 흉함은 개인의 그것에 비교되지 않습니다. 단죄를 피할 수 없습니다. 단, 그 단죄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면 그들에게 요행의 기회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이 자기 생존에 불리한 반본능적 선택을 통해 흉악한 자들로 하여금 요행히 화를 면할 기회를 반복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더 큰 흉입니다. 거대한 재앙을 호출하는 행위입니다.


모든 것에는 임계점이 있습니다. 복을 계속 걷어차는 개인이나 국가에게는 복도 걸음을 돌려 버립니다. 큰 재앙을 부르는 흉한 선택을 지속하는데 힘 빠진 복이 버틸 재간이란 없으니까요.


이번 총선은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 변곡점입니다. 흉한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스스로 끌어들일 것인지, 길한 선택으로 재앙의 확산을 끝내고 마지막 복을 받을 자격을 증명할 것인지 판가름납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은 개인과 국가의 정신적 성숙도를 반영합니다. 반성할 수 있는 동안은 그래도 행복한 것입니다. 반성이란, 앞으로 좋은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성숙 가능성의 인자이기 때문입니다. 반성의 기회를 놓치면 후회만이 남게 됩니다. 후회는 과거를 대상으로 합니다. 후회에는 현재도 미래도 담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걸려 있는 역사적 승부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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