疑人莫用 用人勿疑
의인막용 용인물의
-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마라. -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
춘천 지역 지원 유세 중이던 이재명 대표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 조국 대표께서 조국혁신당이 지금 지지율이 잘 나오고 있는데 이게 뭐 윤석열 대통령도 싫은데 민주당도 싫어서다 이렇게 평가를 했는데, 이거에 대해서 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박지원 원장께서 그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같은 걸 수락하셨다고 하는데, 이건 또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기자는 자신의 질문에 끼워 넣은 두 인물의 말을 심각하게 오용했다. 먼저, 시사인의 유튜브 방송에서 조국 대표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대구에서 행사 마치고 식당 가고, 그 다음에 대구에서 중심적인 동성로라는 곳을 쭉 걸어갔습니다. 걸어갔는데. 그 그 정말 의외였죠. 기대하지 않았는데 광주나 뭐 제 고향인 부산하고는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또 가장 보수적인 곳이고. 실제 지금 원장님 말씀하셨듯이 대구 지역에서 제가 놀랐던 게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서, 지나가고 있는데 먼저 다가와서, 이렇게 얘기를 해요. 나는 중도적인 사람이다 또는 보수적인 사람이고 단 한 번도 민주당을 찍은 적이 없는데라고 하면서 요번에는 조국혁신당 찍겠다고 얘기를 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윤석열이 너무 싫다는 거예요. 그래서 근데 그럼 민주당은 하니까 이분들 TK 계신 분들의 입장은 윤석열은 싫은데 민주당으로는 안 가는 겁니다. 안 가면서 조국 신당으로 오시는구나 알았어요.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방송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중에 다음의 내용이 있다.
박지원: ...저는 조국혁신당이 이렇게 커지면은 지지를 받으면은 우리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약간 있어 가지고 사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그래요. 우리 이번에 투표하지 않겠다, 기권한다 하는데, 아 조국혁신당 투표를 해야 돼 그런다고 하면 투표장에 가면은 그분들이 1번 민주당을 지역에서 찍을 수밖에 없지 않냐, 그러니까 시너지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소탐대실하지 말고 우리는 제 1당이 돼야 되고 과반이 돼야 되는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함께 가야 돼. 그래서 민주 진보 개혁 세력이 만약 2백석만 넘긴다고 하면은 김건희 특검 되죠?
조국: 그렇죠
박지원: 이태원 특검 되죠. 최소한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살아가는 거지. 그래서 크게 보자 저는 그렇게 봐요
사회자: 조국혁신당에서는 한동훈 특검도 발의하겠다 이렇게.
박지원: 당연하죠.
조국: 다하죠.
박지원: 제가 노래를 할 수는 없지만은...
사회자: 노래요? 하셔도 괜찮습니다. 자주 하시잖아요 원장님... 조국 대표님하고 같이 하시면 됩니다.
박지원: 4월이 가면 떠나갈 사람. 5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 4월이 가면 한동훈은 떠나요.
조국: 수사를 받아야죠.
박지원: 5월이 오면은 윤석열 김건희 두 분은 울어요.
조국: 아 그런 뜻이.
박지원: 그러나 3월이 가기 전에 이종섭 잡아 와야죠.
조국: 예, 맞습니다. (박수) 동의합니다. 지금 원장님 말씀 들으니까 저희하고 저 조국혁신당하고 거의 정세 인식이나 똑같은 거 같아서요. 나중에 저희 명예당원으로 좀 모셔야 되지 않을까. 명예당원으로 모셔야 되겠습니다.
박지원: 예, 명예당원 좋습니다.
사회자: 오늘 굉장히 많은 게 새로 확인되는 시간입니다. (웃음)
조국: 공격 받으실 것 같은데. (웃음)
박지원: 아니요. 폭넓게 봐야 돼요 폭넓게. 아 그런다고 민주당에서 제 공천 어제 공천장 받았는데 취소하겠어요? 저는 바른 말을 하는 거예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위 녹취록을 읽은 후 기자가 맥락을 다 자른 악의적인 질문을 던진 의도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나마 당황한 이재명 대표의 실언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다음날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나 박지원 원장이 설마 그렇게 얘기했을까 의구심을 표하는 답변으로 현명하게 대처했음에도 이렇게 기사를 뽑은 것이다. 이간계가 난무하는 사극의 한 장면도 아니고, 자칭 언론사라는 곳이 하는 일이 참으로 천박하기 그지없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명심보감>>의 위 구절은 백범 김구 선생과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도 용인 철학으로 삼을 만큼 아꼈다고 한다.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수심가지인심난지(水深可知人心難知))고 했다. 음흉한 사람은 타인의 신뢰를 악용한다. 미덥지 않은 사람에게 함부로 힘을 실어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현 대통령의 출세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신뢰란 어떤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여 준 바 있다.
"깜이 되겠나? 노무현이 깜이 되겠나 말할 때 저도 됩니다 말하기에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저는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깜이 되겠나 물으면 깜이 된다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여려분,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 깜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 아니겠습니까?..."
물질보다 존재를 중요시하는 의리 있는 사람, 현실적 여건을 운운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움에 힘쓰는 사람, 스승 백장의 뺨을 올려붙인 황벽처럼 자기 주도성을 가진 사람들만을 나는 믿는다. 돈을 좇으며 사람을 활용 수단으로 여기는 자, 현실을 핑계로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자, 남과 사회가 세운 기준과 규칙에 피동적으로 끌려가는 자들을 나는 멀리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천성과 그릇이 있다. 전자의 인간형만이 선한 천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그릇을 확장시켜 나간다. 나는 신뢰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이 큰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내 능력을 다해 도우려 한다. 그것이 내 오랜 공부의 보람이다. 단, 그들 역시 나를 신뢰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신뢰는 억지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신뢰하게 되는 인연이 따로 있다. 그런 인연을 알아보는 눈과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한결같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