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바다

by 오종호

太公曰 凡人不可逆相 海水不可斗量

태공왈 범인불가역상 해수불가두량


- 태공이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운명을 헤아려서는 안 된다. 바닷물은 말로 될 수 없는 것이다." -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



역(逆)은 '거스르다'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헤아리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상(相)은 관상, 수상 등에 쓰이는 글자이니, 운명을 지칭합니다.


운명을 바닷물에, 범인을 양을 재는 단위인 말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한 말, 두 말씩 재어서 바닷물의 양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듯, 운명이라는 거대한 미지는 범인에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지명 무이위군자야(不知命 無以爲君子也)-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운명은 있습니다. 공부하면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사람은 하늘로부터 저마다의 운명적 범주를 부여 받고 태어납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그러나 운명을 엿보는 것과 운명을 통찰하는 일은 천양지차입니다. 어설픈 지식으로 함부로 운명을 운운해서는 안 됩니다. 운명을 읽는 행위는 언제나 하늘이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하늘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운용하는 시스템을 감지하게 만든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성을 이해하고 하늘의 뜻에 따라 활인(活人)의 용도로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깊이 공부하여 자격을 갖춘 다음에 하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앞날을 내다보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사는 존재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명을 통찰하게 되면 바뀌게 됩니다. 인간은 하늘이 허락한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현재를 채워야 할 존재자입니다.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한 채 현재의 욕망에 떠밀려 다가가는 미래는 꿈에 불과합니다. 꿈은 인간의 마음이 창작하는 환상일 뿐입니다. 꿈꾸기를 멈추고 목적지를 선명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운명을 통찰하는 공부를 통해 자신을 알면 하늘 아래 겸손해지게 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목적을 세우게 되며, 그것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자유롭게 항해하게 됩니다. 운명은 자유의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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