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심보

by 오종호

許敬宗曰 春雨如膏 行人惡其泥濘 秋月揚輝 盜者憎其照鑑

허경종왈 춘우여고 행인오기이녕 추월양휘 도자증기조감


- 허경종이 말했다. "봄비는 기름과도 같은데 행인은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 달은 휘영청 밝은데 도둑은 환하게 비춤을 미워한다." -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



만물을 깨워 다시 위대한 자연의 순환을 시작하게 하는 봄비는 생명수 그 자체입니다. 봄비 없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지요. 높이 떠서 어둠을 밝히는 가을 달은 나그네의 밤길을 쓰다듬고, 사람들의 마음에 시상이 깃들게 합니다.


길이 질척거린다고 봄비를 싫어하는 사람처럼, 너무 밝다고 가을 달을 증오하는 도둑처럼, 세상에는 공익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자기 기분, 자기 이익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창길이 싫으면 집에서 김치전이나 부쳐 먹고, 달빛이 싫으면 도둑질을 그만두면 좋을 것을, 애꿎은 비와 달을 욕하는 심보는 마음이 메마르고 시커멓기 때문입니다. 생기 넘치는 밝고 환한 세상이 싫기 때문입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꼬불칠 것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봄비는 내려 삭막한 나라를 적실 것이고, 가을 달은 서산 위로 두둥실 떠올라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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