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법칙

by 오종호

蘇東坡云 富不親兮貧不疎 此是人間大丈夫 富則進兮貧則退 此是人間眞小輩

소동파운 부불친혜빈불소 차시인간대장부 부즉진혜빈즉퇴 차시인간진소배


- 소동파가 말했다. "부유하다고 하여 친하려 하지 않고 가난하다고 하여 멀리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대장부다. 부유하다고 하여 다가가고 가난하다고 하여 물러난다면 이 사람은 진정한 소인배다." - <<명심보감>> 안의편(安義篇)



서점가에는 소위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돈의 철학이 담긴 자기 계발서가 넘칩니다. 고생고생하다가 끝내 사업에 성공하여 큰 부를 일군 사람부터, 코인이나 주식,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지요.


경제적 자유라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저는 의도를 숨기기 위해 그럴듯하게 기름 칠한 '노동 유연화' 따위의 말들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를 맡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돈의 자유'일 것입니다.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사고,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향유할 만큼의 금전적인 여유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여기엔 경제적 부자유를 악으로 몰고, 비경제적 자유를 환상으로 치부하는 교묘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돈 없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봉쇄하려 합니다. '부자=승리자'의 공식을 암암리에 전파하는 것이지요.


구성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공간으로서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을 통한 구별이 발생합니다. 경쟁의 결과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때문이지요. 승자는 부의 축적의 길에 들어서고, 패자는 빚의 악순환에 갇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의 기본적 양태입니다.


문제는 선의로 포장된 경쟁 자체가 태생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점입니다. 부모의 부에 토대한 덕에 몇 번의 실패조차도 성공을 위한 경험 쌓기로 인식하는 사람과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단 한 번의 실패로 가진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사람간의 경쟁은 애초에 평등하지 않지요. 부르디외가 구분한 것처럼 전자는 후자에 비해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의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계급의 차이는 서로 다른 아비투스(Habitus)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요.


아비투스가 공고화될수록 사회적 불평등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부유층이 부와 부의 창출 수단, 그리고 특권 의식을, 빈민층이 가난과 패배 의식을 대물림하는 동안 그것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부자를 목표로 하는 개인이라면 직업 및 학습을 통해 부의 창출 수단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을 펴면서 시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국가의 길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임을 인정할 때 가능한 일이겠지요.


돈이 많다고 상대적 약자들에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등장해 식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동파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소인배라고 단언하고 있지요. 돈이 많다는 사실은 사람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가 어떻게 그 돈을 벌었는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가 어떤 인성과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돈으로 하는 일이 좋은 집을 사고, 고급 차를 사고, 값비싼 유흥을 즐기고, 호화 여행을 떠나고, 타인에게 위세를 떠는 것이 전부라면, 돈은 쾌락의 수단일 뿐입니다. 경제적 자유란 쾌락의 자유에 다름 아닌 것이지요. 얻고자 하는 쾌락의 수준이 대부분 그 정도이기에 인간 사회에는 부의 획득을 위한 온갖 사기와 부정, 그리고 협잡이 횡행하는 것일 테지요.


운명의 이치를 터득한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얻을 수 있는 부는 차별적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하늘의 법칙을 따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하늘의 섭리는 역(易) 한 글자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천박하게 얻은 부는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를 감당할 수 없는 인성은 결국 부를 잃게 만듭니다. 반면에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의 창출 수단을 획득하는데 성공하고, 부를 유지할 수 있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사람은 부를 제대로 사용하는 훌륭한 부자가 됩니다. 누구도 역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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