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람들
장의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진, 아랫사람 하나를 불러 지시한다.
"나는 장의가 작은 이익에 만족하여 큰 뜻을 저버리지 않도록 일부러 모욕을 주었다네. 장의의 능력은 참으로 뛰어나지. 나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네. 다만 진나라에 가더라도 곤궁한 장의가 진나라 왕을 만날 기회를 잡긴 어려울 거야. 자네가 동쪽에서 온 귀인이 되어 장의를 은밀히 보살펴 주게."
장의를 이중 스파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보고하자 조나라 왕은 충분한 공작금을 하사했다.
귀인의 후원 덕분에 마침내 진나라 혜왕을 만나게 된 장의. 혜왕은 장의를 중용했다. 그러자 귀인이 장의에게 작별을 고한다.
"선생 덕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소. 이제야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는데 떠나신다니요?"
귀인이 장의에게 허리를 깊히 숙여 인사한 후 말했다.
"저로 하여금 장 선생님을 곁에서 돕게 한 분은 다름 아닌 제 주인 소진 대감이십니다. 대감께서는 진나라가 제후국들을 침공하여 합종 맹약을 깨지 않도록 진나라 조정을 장악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장 선생님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재주는 감히 장 선생님에게 미치지 못한다고도 하셨지요. 그리하여 대감께서는 고의적으로 장 선생님을 분노케 하신 후 저를 보내 수행토록 하셨습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뜻을 이루셨으니 저는 이만 물러나 대감 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이 울컥해진 장의. 눈시울을 적시며 말했다.
"상대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술수를 배웠으면서 소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이는 제가 소진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증거요. 그대는 돌아가 소진에게 이 말을 전해 주시오. "고맙네, 소진. 자네의 뜻을 잘 알았네. 자네가 살아 있는 한 진나라가 자네의 계획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네.""
책갈피에서 은근하게 새어 나오는 인간의 향기는 동양고전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안타깝게도 인류의 진화는 인간의 진보로 이어지지 못했다. 시궁창 냄새를 담아 향수라고 팔아도 사 주는 자들 때문에 세상이 악취로 진동한다. 공기를 정화하지 않으면 사회는 점차 괴물로 퇴화할 것이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 그 자가 범인이다. - 국민의힘, 2020.
특검에 찬성하는 자가 배신자입니다. - 국민의힘, 2024.
진나라의 재상이 된 장의는 가장 먼저 초나라의 재상에게 서신을 보낸다.
"그대의 옥을 훔치지 않았음에도 그대는 나를 범인으로 특정해 무참히 매질하였소. 그대의 국토를 잘 지키시기 바라오. 내가 그것을 훔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