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람들
촉나라 정벌 건에서 체면을 구긴 장의는 위나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횡 전략을 실행해 나간다. 수차례 위나라를 공격하여 굴복시킨 다음 전략적으로 위나라의 재상이 된 장의는 위나라 양왕을 종용해 진나라의 속국이 되기를 꾀하나 양왕은 거부한다.
위나라에 머문 지 4년. 양왕이 죽고 슬픔 많은 애왕이 즉위하자, 장의는 그로 하여금 진나라에 항복하라고 설득했으나 아버지처럼 아들도 싫은 것은 싫다고 할 줄 아는 성격이었다. 이에 장의는 진나라에 은밀히 연락해 위나라를 수시로 침공하게 했고 위나라는 연전연패했다.
"전하께서 여타 제후국들과 합종을 맹약하여 사직을 보존하시려는 것은 잘 알겠사옵니다. 허나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간에도 서로 다투는 법인데, 소진의 지난 날 계획에 의지하고 있는 연합이 어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진나라를 섬기십시오. 그럼 초와 한은 위나라에 함부로 굴지 못할 것이고, 전하의 근심은 사라질 것입니다. 합종을 유세하며 천하를 떠도는 자들의 혀 놀림에 귀를 내어 주시면 안 됩니다. 깃털도 많이 쌓이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가득 실으면 수레바퀴 축이 부러지며, 험담이 쌓이면 뼈를 녹인다고 했습니다. 위나라의 사직과 전하의 안위를 위해 간교한 자들의 말을 멀리 하소서."
잠자코 듣고 있던 애왕이 머리 회전 속도를 높인 후 말했다.
"경의 말씀대로 브렉시트하겠소."
위나라 애왕은 합종 맹약을 깼고 장의는 진나라로 돌아갔다. 진나라의 요구가 많았는지 3년 후 위나라는 다시 합종 연합에 가담했다. 열 받은 진나라가 군사를 일으키자 애공은 2차 브렉시트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