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는 이름 모를 사진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다. 관람객은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갤러리가 더욱 휑하게 느껴졌다. 사진 속 풍경들은 몽환적이었다. 대부분 안개와 비를 소재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온통 회색으로 잠든 세상 속에서 깨어 있는 무엇인가를 작가는 찾으려 했던 것 같았다. 안개 자욱한 습지에 홀로 피어 있는 노란 민들레의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민성은 그 앞에 한참이나 붙들려 있는 중이었다. 갯벌 위에 군대처럼 도열한 게 무리의 사진 옆에서 노란 꽃잎의 외로움은 바닷바람에 금방이라도 흔들릴 것처럼 선명했다.
“조민성씨 되십니까?”
짙은 남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맨 젊은 남자가 민성에게 말을 걸었다. 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상의에서 작고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민성에게 건넨 후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자동차 키와 메모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종이의 감촉이었다.
조민성 씨
지하 주차장에 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력된 목적지로 오십시오.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됩니다. 에기가 말한 이유가 그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