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밤은 일찍 찾아왔다. 밤은 어둡지 않았지만 밝은 밤에도 지상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전 세계에서 실종된 사람의 숫자가 1백만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은 얼마 전이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사라졌다. TV 화면에서, 매월 집계되는 실종자의 수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계획적으로 저질러지는 일임에 분명했다. 실종자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징후가 사람들을 두렵게 했다.
문제는 ‘누가, 왜’로 귀결되었다. 외계인과 테러리스트들이 주어로 등장했다. 그러나 외계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사람들을 증발시키는 재주는 없다고 테러리스트들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지구 인구를 강제로 조절하기 위한 정부들간의 비밀협약이 신무기의 은밀한 실험을 통해 작동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럼에도 어느 국가의 정부도 그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위치 추적 장치가 불티나게 팔렸지만 사라진 사람들에게서 장치는 어떤 신호도 보내오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어느 날 이유 없이 사라질지 모를 확률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두려움을 키워갔다. 외계인의 식량이나 실험대상, 그리고 정부의 인구조절 희생양이 된다는 가정은 유쾌하지 않은 것이었다. 남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실종되었다. 정부에 대한 믿음은 사실상 완전히 멸종했다. 사라진 사람들이 왜 사라진 것인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사람들은 모여서 목청 높여 물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경찰들은 사람들을 둘러싸고 강제 해산시키는데 급급했다.
자고 나면 사람들이 귀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민심은 흉흉했다. 과격한 시위로 경찰들이 부상을 당하자 정부는 전격적으로 로봇을 투입했다. 민심의 이반을 우려하며 반대하던 야당 의원의 아들이 때마침 실종된 탓에 로봇 경찰법이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로봇들은 경찰 유니폼과 동일한 무늬를 온몸에 도색하고 사람들을 에워쌌다. 로봇들은 오래 전부터 경찰이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로봇 경찰들은 일사불란하게 시위대를 해산했고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을 잡아 버스에 실었다. 저항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이 숨막혀 죽겠다고 소리지르며 버스 창문을 두드릴 때까지 로봇들은 사람들을 밀어 넣었다. 시위도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