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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22. 2024

사람에게 부를 쓰다, 맹상군 1

전영은 제나라 위왕의 막내아들이자 선왕의 이복동생으로 제나라 재상을 지냈다. 40여 명에 이르는 그의 아들들 중 첩의 소생인 문(文)이 있었다. 전영은 친모에게 문을 버리라고 명한다. 아들은 아비를 해치고 딸은 어미를 해친다는 속설이 있는 5월 5일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친은 전문을 몰래 키웠다. 어느 날, 장성한 전문이 전영 앞에 나타난다.


"아버님께서 어머니로 하여금 저를 키우지 못하게 한 연유가 무엇입니까?"

"5월에 태어난 아이의 머리가 문설주에 닿을 만큼 자라면 부모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사람의 운명은 하늘로부터 받는 것입니까, 문설주로부터 받는 것입니까?" 


전영이 대답하지 못하자, 전문이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하늘로부터 운명을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또한 만일 운명을 문설주로부터 받는다면 문설주를 계속 높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재상 씩이나 지낸 지식인 부친의 어리석은 생각을 단박에 일깨운 영특한 전문. 그가 바로 수많은 식객을 거두어 대접한 것으로 전국시대를 풍미한 맹상군이다.


반듯한 논리와 절묘한 언변으로 부친의 눈에 든 전문. 그는 다시 전영과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


"아버지, 아들의 아들을 무엇이라 합니까?"

"손자라고 하지."

"그럼 손자의 손자를 무엇이라 합니까?"

"현손이라 한다."

"현손의 손자는 무엇이라고 합니까?"

"글쎄다. 모르겠구나."


기회를 포착한 전문은 돌직구를 날린다.


"아버지께서는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 위왕, 선왕, 그리고 지금의 민왕에 이르기까지 3대를 섬기셨습니다. 그 동안 제나라의 영토는 그대로인데 집안은 황금 1만 근의 부를 쌓았습니다. 집안의 처첩과 노복들은 좋은 옷을 입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풍족하게 지내고 있지만, 문하에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막대한 재산을 누구인지도 모를 먼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 줄 생각만 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궁핍한 선비들을 거두어 나라를 위한 일에 도움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영은 마침내 전문의 큰 그릇을 확인하고 집안일을 맡긴 것은 물론 빈객들을 대접하게 했다. 이때부터 각지에서 전영의 집안을 찾아왔고 전문의 명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민왕으로부터 설 지역의 봉읍을 하사 받았던 전영이 죽자 전문이 그의 작위를 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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