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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부를 쓰다, 맹상군 2

by 오종호

전문 맹상군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받아 후하게 대접한다는 소문이 나자 천하의 인사들이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 숫자가 수천에 이를 정도였다. 그들 중에는 죄를 짓고 도망 중인 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나라 소왕의 귀에도 맹상군의 이름이 들어왔다. 소왕은 자신의 동생 경양군을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고 맹상군을 만나자고 청했다. 맹상군이 진나라로 건너가고자 하자 빈객들이 반대하며 막아섰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때 소진이 나섰다. 앞의 '합종연횡, 소진과 장의' 편의 그 소진이다. 호랑이나 이리처럼 흉악한 진나라에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소진의 경고를 듣고 맹상군은 진나라행을 포기한다.


시간이 흘러 제나라 민왕은 맹상군을 진나라에 보냈고, 진나라 소왕은 맹상군을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 이때 신하 하나가 소왕에게 말했다.


"전하, 맹상군은 재능이 뛰어난데다 제나라 왕의 친족입니다. 그를 재상 직에 앉히시면 반드시 제나라의 이익부터 챙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진나라가 위험해집니다."


이 말에 소왕은 맹상군을 옥에 가둔 후,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죽을 위기에 처한 맹상군. 그는 사람을 시켜 소왕이 총애하는 첩에게 자신의 구명을 요청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맹상군의 호백구(狐白裘.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으로 천금의 가치가 있는 귀한 물건.)를 내게 주시오."


물욕 있는 사람만큼 구워 삶기 쉬운 존재는 없는 법. 하지만 호백구를 이미 소왕에게 바쳤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나라에 동행한 빈객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던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제게 묘책이 있습니다."


그는 개 흉내를 잘 내는 재주로 좀도둑질하던 자였다. 그는 개처럼 진나라 궁궐 창고로 숨어 들어 호백구를 들고 나왔다. 호백구를 받은 소왕의 첩은 소왕을 구워 삶아 맹상군 일행을 풀어 주도록 했다.


출옥한 맹상군 일행은 즉각 말을 타고 제나라가 있는 국경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고, 소왕은 군사를 풀어 그들을 바싹 뒤쫒았다. 새벽녘에 함곡관에 다다른 맹상군. 위조한 통행증을 갖고 있었으나 관문은 새벽 닭이 울어야 열리게 되어 있었다. 이때 일행 중 하나가 나서 성대모사로 닭 울음 소리를 내자 성 안의 닭들이 일제히 장단을 맞춰 소리를 내질렀다. 관문이 열리자 맹상군 일행은 잽싸게 빠져나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사람 가려 사귀라는 조언들이 난무하는 시대, 맹상군의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품기에 어쩌면 우리는 그릇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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