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햇살은 노란 얼굴로 창밖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고마워, 좋은 날 선물해 줘서."
나의 말에 햇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루종일 머물러 있던 창밖을 떠나 바람의 등을 타고 숲 너머로 돌아갔다. 저마다의 화려한 옷을 입은 채 햇살을 기다리고 있던 나무들은 그제서야 다시 더불어 하나가 되어 검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함께 걸었던 숲의 나무들이 모두 옷을 바꿔 입고 어린 나무들 먼저 하나둘씩 잠자리에 들기 시작할 무렵, 지교는 하늘로 돌아갔다.
1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한 지교가 아니라, 늘 배려심 넘쳤고 속이 깊었던 도인스러운 지교와 먹는 것 좋아했고 잠이 많았던 귀염둥이 아기 지교로 떠난 것이다. "오늘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탐욕스런 눈빛을 반짝이던 수의사의 심판이 떨어졌어도, 지교는 1년을 넘게 버텼다. 지교는 집에서 떠나기 위해 병원을 거부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모두의 사랑 속에서 작별하려고 오늘까지 꿋꿋이 버텨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지교의 그 인내가 아파서 자주 울었다. 지교는 하늘로 떠났다. 밤하늘 뒤에서 눈물을 훔치던 햇살도, 숲의 나무들도, 지교의 마지막 숨을 지켜보았음을, 나는 알았다. 2010년 2월 23일 이 세상에 온 지교는 2025년 11월 5일 달 밝은 밤, 하늘로 올라갔다.
지교만큼 내가 뭇 생명을 사랑할 수 있기를, 나의 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사랑하고 감사하고 노력하여 나의 소명을 다할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그리하여, 훗날 지교를 다시 만날 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교의 세계가 열렸고, 지교의 세계가 닫혔다. 지교의 눈에 그 세계가 참 즐거웠기를, 행복했기를. 한 잔의 술과 우리의 추억으로 너를 떠나 보낸다. 안녕, 지교. 나의 친구, 나의 아들. 사랑한다. 너는, 매 순간 아빠의 가슴속에 있을 거란다.
육체는 호흡을 멈추어도 영혼은 살아 숨쉰다. 오직 넘치는 사랑만을 주었던 존재의 영혼은 자신이 세상에 더한 사랑 안으로 우리의 영혼을 이끈다. 나는 고요히 배운 그 사랑 덕에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안다.
우린 항상
함께 있어
사랑해 지교(至交)
2010. 2. 23 ~ 2025.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