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XVIII

by 오종호

“당신이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만일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연애시절의 은희라고 답했을 것이었다. 민성은 그러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잠시 슬픔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에그에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리움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이 났다. 사실이었다. 그리움의 대상이 생생히 남아 있을 때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은 고통일 것이었다. 지금의 민성에게 고통은 없었다. 적어도 사람으로 인한 그리움의 고통은 아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철저하게 실패한 우스꽝스러운 인간일 것입니다. 질문에 어긋나는 답변이겠지만 하겠습니다. 나는 지드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드는 매 순간 그립습니다. 그리움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적응에 실패한 한심한 인간일 것입니다.”


민성의 답변에 이번에도 화면은 파란색으로 응답했다. 다음날 에그는 제자리에 있었다. 가둔 자들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었지만 정답이 아닌 것도 아니라는 의미였을 것이었다. 식사는 동일하게 제공되었다. 햄버거를 먹었던 시절에 비할 바 없는 맛이었다.


그날부터 질문은 소소한 단답형으로 이어졌다. 여행지 중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과 그 이유를 묻는 것 따위였다. 정답이 별도로 있을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아침에, 에그는 한 층씩 위로 올라가 있었다. 50층에서 식사는 다시 바뀌어 세 끼니가 세트로 제공되었다. 포장지 겉면에 아침, 점심, 저녁이라고 씌어 있었다. 아침 세트는 밥과 스크램블드 에그, 베이컨, 소시지, 점심 세트는 밥과 국, 반찬 3종, 그리고 저녁 세트는 밥, 불고기, 갈비, 김치로 각각 구성되어 있었다. 에그는 마치 나가지 말라고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듯 대접의 질을 높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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