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면

by 오종호

첫눈이 오면

나는 한동안 멈추어 있을 것입니다.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눈송이가

내 살에 닿아 스러지지 않도록

나는 가만히 처마 밑으로 숨어들 것입니다.


가을에 옷을 넘긴 나뭇가지들은

차갑다 외면 않고 맨살로 맞이하네요.

첫눈을 실로 사랑하는 자세는 저것인가 봅니다.


그러나 나는 섣불리

첫눈 아래로 들어서지 못합니다.


첫눈이 오면

첫눈을 맞으며 약속했던

나의 어김이 부끄럽게 되살아나

나는 차마 첫눈을 안아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나는

첫눈이 오면

첫눈이 그칠 때까지

오래도록 옆에 비켜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찻잔을 건네렵니다.

철없던 첫사랑 시절의 나에게 말이죠.



*날이 벌써 덥지요. 첫눈을 떠올리면 조금 시원해질 것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