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이 특별한 데가 있다고 우진은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언제 어느 때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인생이었다. 화성의 지상 위를 산책하게 되는 날까지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진정한 낙원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까지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에도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민성은 그것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에그에서 단련한 민성의 몸은 단단했다. 우진은 그의 젊음이 부러웠다. 체세포의 자기복제가 젊음까지 되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체세포를 이용해 현재의 모습을 복사해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로 얻는 건강은 한시적인 것이었다. 유전자는 잔인할 만큼 이전의 정보를 기억해내고 되살렸다. 장기의 교체로 해결될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은 머지않아 되살아났고 그때마다 복제는 거듭되었지만 복제를 하면 할수록 추가적인 복제를 해야 하는 기간은 눈에 띄게 단축되었다. 우진에게 가능한 복제 횟수는 많아야 두 번일 것이었다. 민성의 말대로 민성을 복제해 자신의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었다. 자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민성의 복제품은 조민성이 아니라 조우진이 될 것이고, 보관된 체세포를 통해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이었다. 그리고 끝끝내 세포의 회춘을 개발해 내는 데까지 나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곧 우진, 자신의 정신이었다.
지구에서 과학자로 산다는 것은 일생을 소모하는 것에 불과했다. 힘을 가진 자들은 그 힘으로 과학자와 과학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과학적 연구의 성과는 그들에게 귀속되었다. 그들이 보상으로 내미는 돈은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들을 굴복시키고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쥘 수 있는 독보적인 것만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우진은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느꼈다. 비밀리에 성과를 노출하자 일은 예상대로 전개되었다. 그들은 돈을 싸 짊어지고 방문했다. 그들만의 커넥션으로 고객들은 끝도 없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진은 어느 날 자신이 세상에 괴물들을 만들어 놓았음을 깨달았다.
우진은 줄리아와 조나단 등의 도움으로 새로운 세계 뉴홈을 창조할 수 있었고, 드디어 지구에서 자신의 모습을 완벽히 숨길 수 있었다. 괴물들이 지배하는 지구는 괴물들이 사라진다 해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후손들에 의해 결국 참담하게 붕괴할 것이라고 우진은 생각했다. 그러나 민성은 달랐다.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 모두에게 최후의 선물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고 자신이 보기에도 민성의 판단이 옳아 보였다. 이제 뉴홈과 올드홈에서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었다. 우진은 웃음이 났다. 영생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바로 자신에 의해 씌어지고 영원히 찬양될 것이었다.
이제 수술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갑자기 뒷목이 따끔거렸다. 뒤를 돌아보자 민성이 서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민성은 상의를 벗은 채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민성과 민성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